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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와 개성공단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협정에 개성공단이 포함된 것이고, [한국산으로 인정할] 역외가공지역(OPZ)에는 … 다른 북한 지역도 포함될 수 있다”며 성과를 치장하기 바쁘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주장이 ‘제 논에 물 대기’일 뿐이라는 것은 지금껏 공개된 협정문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협정문에는 “1년 안에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해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에 포함될 수 있을지를 논의하겠다”고 나와 있을 뿐,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뜻하는 문구는 찾을 수 없다. 미국 협상단 부대표 캐런 바티아도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현재 한미FTA의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있다”고 못박았다.

게다가 미국 협상단이 한국 측과 합의했다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위한 기준’을 살펴보면 정부의 호언장담은 더욱 무색해진다. 즉, 위원회를 통해 해마다 ‘한반도 비핵화 진전’, ‘노동·환경 기준 충족’ 등을 심사해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포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13 합의 이후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확대 해석해 이번 FTA 합의의 실현 가능성을 부풀리고 있다.

거추장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 등 2·13 합의의 초기 이행조치조차 BDA 자금 동결 해제 문제로 마감 시한에 맞추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비핵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북핵 자체보다 이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을 묶어두는데 핵심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약소국에 대해 수시로 ‘핵선제 공격’을 위협하고, 국제노동기구(ILO)의 각종 협약을 비준·이행하는 데 최악의 행태를 보이고, 교토의정서 가입조차 거부하는 미국이 ‘비핵’, ‘노동’, ‘환경’ 운운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일 뿐이다. 미국은 개성공단 같은 경협조차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을 지속하는 데 거추장스럽다고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진보진영이 개성공단의 초착취 현실을 외면하거나 ‘현실성’ 운운하며 사실상 두둔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권영길 의원은 “미국이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의 근거로 제시한 노동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즉 노동3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이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북화해·협력 분위기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원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북한 노동자에 대한 초착취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더구나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에 맞선 국제적 저항의 성패 여부에 달려있다. 2·13 합의의 배경에 이라크 수렁에 빠진 미국의 곤혹스런 처지가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국내 정치·경제를 위해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계급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FTA 협정문에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조항을 삽입해 노무현 정부가 얻고자 하는 바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남한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고, 범여권이 한미FTA를 지지할 명분을 주는 한편, 진보진영 일부의 남북경협 지지를 이용해 운동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남북경협에 대한 미국의 간섭에 반대해야 할 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는 남한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서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옹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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