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 이상수는 “농민들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노동계가 반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경제부총리 한덕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빨리 한미FTA 반대를 거둬라” 하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들이 한미FTA의 주된 피해자가 아닌 양 사기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로 촉발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고용불안을 심화시키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공공서비스와 보건의료의 가격과 질을 악화시켜,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다.

자동차·섬유 산업 혜택?

노무현 정부는 특정 산업들이 이익을 본다고 선전해 그 분야 노동자들이 한미FTA 반대 투쟁에 나서는 것을 막으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섬유 분야에서 관세 철폐로 큰 이익을 얻은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로 관세가 떨어져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다고 말하지만, 대미 자동차 수출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 현지 생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2009년이면 현지 생산 체제가 완성돼 한국에서 자동차 생산은 거의 늘지 않을 것이다.

또, 섬유업체들은 “[얼마 안 되는] 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 [이미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한] 공장을 국내로 다시 옮기거나 국산 원사를 쓸 업체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를 비롯한 1백3개 주요 기업 중 91.3퍼센트가 한미FTA로 고용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섬유업체 중 절반은 오히려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4월 24일 인크루트 조사).

무엇보다 특정 산업 기업주들의 이득과 그 산업 노동자들의 이득이 같지 않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립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현대차는 순이익 1조 7천8백46억 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초부터 노동자들의 성과급 8백억 원을 삭감하려 했고 지금 울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부는 한미FTA로 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한국 경제의 질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가면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IMF 위기 이후의 현실과도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IMF 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쫓겨났다. 1999년부터 성장률이 회복되고 공식 실업률도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커녕 비정규직이 오히려 급증했다. 한미FTA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도 1993년부터 2000년까지 GDP는 44.5퍼센트 성장했지만 노동비용은 30퍼센트, 실질임금은 7.9퍼센트 감소했다.

벌써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타결 직후에 파견 직종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비정규직 악법 시행령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FTA로 미국의 직접 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IMF 이후 사업장 설립 외국인 직접 투자는 준 반면 인수합병 비율은 1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올라갔다(산자부 조사). 게다가 보통 인수합병할 때 노동자도 같이 정리해고한다. 그리고 한미FTA에 포함된 ‘이행 의무 부과 금지’ 조항은 고용·단협 승계 의무를 금지하고 있어, 인수합병 때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조차 한미FTA로 인해 “‘일자리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시대를 넘어서 ‘일자리를 파괴하는 성장’(Jobloss growth)의 시대가 됐다”고 인정할 정도다.

소비자 이익의 증대?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로 농산물 등의 값이 싸지고, 서비스의 질은 올라가 노동자들이 소비자로서 이득을 본다고 사기치고 있다.

물론 몇몇 농산물은 값이 싸질 수도 있다. 그러나 광우병 위험 쇠고기나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식품(LMO)이 쏟아져 들어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것이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비정규직이 늘어나 소득이 줄어들면, 설사 일부 상품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우리 삶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 향상’도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한미FTA는 공기업들에게도 “상업적 고려”를 하도록 요구하는데, 이미 2005년에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는 “상업적 공사화”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에서 보듯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났다. 반면 철도 요금은 대폭 올랐다.

한미FTA는 철도·통신뿐 아니라 가스, 전기, 상·하수도 등에서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요금을 올려 노동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한미FTA 의약품 협상 결과로 약값이 오를 것이 분명하다. 한미FTA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고급 병원의 도입을 열어놨는데, 이제 부자들은 의료 사보험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건강보험에 남은 평범한 사람들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지만 더 열악한 보험 혜택만 받게 될 것이다.

노무현은 “[한미FTA라는] 외부 충격이 없으면 사람들이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이 노동자들의 손에서 빼앗으려는 것은 1987년 이후 투쟁으로 쌓아 온 권리와 고용안정, 정규직 일자리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한미FTA 문제를 계급의 문제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 이 투쟁에서 산업별 이해득실을 따져서 부문별로 대처하는 것은 분열을 자초하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전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것에 맞서 전체 노동자들이 단일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최근 금속노조의 좌파 활동가들이 대의원대회에서 미온적인 지도부를 강제해 ‘한미FTA 저지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이 파업을 강력한 대중파업으로 건설해야 하고, 민주노총 전체 수준의 투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반(反)한미FTA 설득에 당장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