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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건설과 활동에 대한 민주화 운동 인정수구 세력의 반발은 민주화 운동을 모독하는 것이다

전교조 건설과 활동에 대한 민주화 운동 인정수구 세력의 반발은 민주화 운동을 모독하는 것이다

이병주(전교조 원상회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4월 27일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1년여를 끌어 온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결성과 활동과 관련해 해직된 교사들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전교조 관련 자료와 당시 시대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신청인들의 전교조 가입 행위는 교사들의 노동 3권 신장보다는 교육의 민주화, 인간화, 정치적 중립성 등 교육 기본권 신장에 궁극적 목적이 있어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된다”고 인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발표에는 노동 운동으로서 노동 3권 신장 부분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수구 언론과 교육계의 수구 기득권 세력인 한국교총, 사학연합회, 교장회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9명의 위원이 전원(찬성 5, 반대 3) 찬성하지 않았다’, ‘재심 규정이 없다’는 논리와 ‘나머지 교사들은 반민주 교사들인가?’ ‘교육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범법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말이다.

전교조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고 1970∼1980년대 학교 현장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진 교육 민주화의 열기와 염원을 담아 출현한 교육 민주화의 조직체이며 지금도 그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그 당시 조·중·동 보수 언론은 독재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조작된 북침설과 의식화 교사 매도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은 교사들의 교육 민주화 노력에 대하여 단 한 번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소위 북침설로 고발·기소된 교사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한국교총과 사학 연합회는 어떠한가?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노태우 정권의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지침에 따라 국가 예산을 가지고 전교조 가입자들에게 온갖 협박·납치·고발 등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한국교총과 사학단체가 전교조 민주화 운동 인정을 찬성할 수 있겠는가? 도둑이 제발 저리는 꼴이다. 전두환 독재 시절 교총 회비로 전두환을 칭송하는 병풍을 갖다 바치고 교사 위에 군림하고 교육 민주화를 억압한 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전교조 운동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판단은 이미 내려진 것이다. 당시 상황으로 가 보자. 몇 가지 분명한 사례가 있다. 당시 교사들의 집단적인 교육 민주화의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았다. 전교조 결성 전에도 이미 수백 명의 교사들이 구속·파면됐고 그러다 복직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이 교육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당시 문교부의 공문에서 밝힌 소위 문제 교사 유형을 보면,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교사’, ‘학급 문집을 만드는 교사’, ‘학생에게 인기 있는 교사’ 등이 문제 교사였다. 올바른 실천을 하는 교사는 문제 교사였고, 주어진 교과서에 따라 독재 권력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부정에 눈을 감고 학생을 억압하는 교사로 남으라는 교육계의 풍토를 따른 교사가 법을 지킨 교사였던 것이다. ‘당시 법을 지킨 교사는 반민주인가?’ 하고 묻는 수구 세력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독재 권력과 교육 체계에 굴종한 교사야말로 역사의 범법자가 아닐까? 당시 교사들의 90퍼센트, 국민의 80퍼센트가 전교조 결성을 지지했고, 1천5백여 명의 해직 교사가 정부에 의해 다시 복직된 것은 이를 역설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 3권을 부정하는 것은 신성한 노동을 경시하고 노동자의 단결을 두려워하는 수구 세력의 반발이다. 얼마 전 프랑스의 판사노조가 소개된 일이 있다. ‘성스러운 판사가 노동자라니?’ 이러한 기사를 쓴 보수 언론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노동 조합을 결성하고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그 활동을 매도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일하지 않고 수탈의 지위에서 억압하는 기득권 수구 세력의 음흉한 음모가 엿보인다.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이기주의로 매도할 참인가? 교사들의 교육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데 앞장 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과 한국교총과 사학연합회는 반민주 집단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막으려는 수구 세력의 준동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따라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교육권을 더욱 확대하고,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학습권을 신장하려는 양심적인 세력들의 분발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교사의 양심에 따라 학교 현장을 민주화하고 국민의 교육권을 지키고 노력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신장시킨 전교조 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민주화 운동 자체를 모독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