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악법 시행령이 더한층 개악된 내용으로 5월 17일 최종 확정됐다.

4월 19일 입법 예고 당시 16개이던 기간제 예외 직종(기간제로 2년 이상 근무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직종)이 10개나 더 늘었다.

파견 허용 업무도 기존 1백38개이던 것을 입법 예고에서는 1백87개로 확대하더니, 이번에 또다시 10개를 추가해 총 1백97개로 늘렸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비정규직법이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쓰라고 만들어졌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시행령을 평가했다.

시행령 개악 과정은, ‘악법 폐기’에서 ‘악법 재개정’으로 후퇴하며 노사정협의에 참여해 시행령을 개선하려던 민주노총 지도부의 전술이 잘못이었음도 보여 준다.

악법 시행도 전에 이미 곳곳에서 비정규직 해고와 탄압이 자행돼 왔다. 더구나 이런 공격은 단지 비정규직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 퇴출제’, ‘교원평가제’, ‘철도공사의 ERP(전사적 자원 관리) 제도’ 등은 공공부문부터 시작되는 정규직 고용 불안을 보여 준다.

결국 “조직력이 취약한 비정규직을 먼저 공격해 정규직을 포위하고, 비정규직 처지 악화로 ‘고용 안정’ 개념이 무너진 틈을 타 정규직까지 제압하려는” 것이 저들의 의도다.(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오민규 집행위원장)

그러나 노동자들의 저항도 거세다. 비정규직 무더기 해고 등의 공격이 투쟁을 촉발하고 있다. 기업주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노동조합 건설로 반격하고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에 따르면 “오늘은 이곳에서 내일은 저곳에서 노동조합의 깃발이 솟아오르고 있다.”

최근 벌어진 몇몇 투쟁의 승리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연초 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리한 데 이어 울산과학대 청소 비정규직들의 투쟁도 승리했다.

기아차 비정규지회는 화성공장 생산라인을 모두 세우는 효과적인 파업으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

노조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도 쟁의 행위를 결의하고 나섰다.

노동3권을 요구하며 싸워 온 타워크레인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파업을 앞두고 있다.

이제부터는 이런 투쟁을 한데 모아 힘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투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규직 노조가 연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기아차에서 정규직 노조가 대체인력 투입을 묵인했다면 비정규직의 파업은 실패했을 것이다.

비정규직 악법 폐기 투쟁은 한미FTA 반대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한미FTA는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구조조정 압력과 사회양극화를 촉진하여 노동기본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협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미FTA 반대 투쟁 분위기도 달궈지기 시작했다. 금속노조의 6월 말 파업 결의에 이어 공공서비스노조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한미FTA 체결 저지를 중심으로 하는 6월 말 범국민적인 총력 투쟁 전선 구축”을 결정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이 시기에 집중 투쟁 계획을 세웠다. 물론 노동조합 상층 지도자의 행동은 그 말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

이 모든 투쟁을 실제로 조직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대규모로 벌어지고, 청년 학생들이 광범하게 참여하는 대규모 운동이 벌어진다면 한미FTA와 정부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주춤거리게 만들 수 있다. 기업과 투자가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의 삶이 우선하는 세상을 위한 이 투쟁에 모든 힘을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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