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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활동가 패트릭 본드 인터뷰:
노동계급과 민중의 국제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최근 한미FTA 협상이 타결돼서 앞으로 공공 서비스가 크게 위협받을 것입니다. 공공 서비스를 옹호하는 것이 왜 중요합니까?

남아공의 사례는 공공 서비스에 이윤 논리를 도입할 때 일어날 일을 잘 보여 줍니다. 빈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해체되거나 공공 서비스 질은 하락하고 가격은 상승합니다. 따라서 당장 빈민과 노동계급이 고통을 겪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서 사유화가 하는 구실을 봐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단계 자본주의의 핵심은 모든 것의 상품화입니다. 노동자뿐 아니라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해 공기조차 상품이 됩니다. 생활의 필수 요소들이 시장 논리에 종속됩니다.

따라서 의료·학교·수자원 등 공공 서비스 사유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생활의 필수 요소 상품화에 맞선 투쟁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를 추진하며 ‘자유무역만이 살길이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합니다. 반신자유주의 운동은 어떤 대안을 말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말하면, 노동계급과 빈민의 국제주의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때로는 무역으로, 때로는 무역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버마 민중이 무역 제재를 요청하는 것이 유명한 사례죠.

따라서 이미 대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쿠바의 관계가 대표적이죠.

그러나 더 근본적 대안은 월든 벨로가 말한 자본의 ‘탈세계화’입니다. 이것은 특히 WTO·IMF·세계은행 등 신자유주의를 촉진하는 국제 기구들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 노동자들이 제지하려 하는 양자간 협정[FTA]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중대한 사회 변화 이후에 민중이 주도하는 진보적 무역 관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역의 축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비행기 사용이 줄고 탄소 배출이 줄어 환경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점은 노동계급과 민중 운동의 국제주의를 지속해 남반구와 북반구의 운동이 반자유무역 투쟁의 전략과 대안 ― 산업이 좀더 고르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하는 ― 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좌파 성향 정부들이 그런 대안을 협상중이죠. 따라서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라틴아메리카 노동 대중이 그런 대안을 시험해 봐야 합니다. 대안을 선택할 때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기준일 것입니다. 자본의 탈세계화와 민중의 세계화를 추구할 때 어떤 무역 관계가 그런 투쟁을 고무할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당신은 대안세계화 운동을 전략에 따라 구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세계사회포럼과 대안세계화 운동에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입장이 있습니다. 먼저 아프리카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사미르 아민이 주도한 ‘바마코 선언’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마코 선언’은 국제적 수준에서 너무 개량주의적이고, [강령을] 위로부터 운동에 주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두번째는 자율주의 전통입니다. 자율주의는 멕시코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 투쟁, 공장 점거 투쟁에 연대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피케테로스 투쟁, 브라질 무토지농업노동자 운동 등을 고무했습니다. 남아공 소웨토의 일부 자율주의 활동가들은 [사용료 연체로 전기 공급이 끊긴] 노동자들에게 전기를 다시 연결해 주는 활동을 했습니다.

자율주의자들의 투쟁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충분히 오래 지속되지도, 다른 운동과 연결되지도 못했습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로 멕시코 오아하까 투쟁이 있습니다. 오아하까 시(市)는 1871년 파리 코뮌을 연상시키는 혁명적 상황이었죠. 그러나 앞서 말한 자율주의 투쟁의 한계 때문에 운동이 사그라졌습니다.

세번째 입장은 앞에서 말한 사례들 같은 투쟁들을 바탕으로 변혁적 정당 건설 전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운동이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통해 그런 정당을 건설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네번째 입장입니다. 기존의 반자본주의·사회운동·노동운동의 네트워크를 자세히 보면, 자신의 일상 투쟁에 사회주의적 비전을 도입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이미 존재합니다. 일례로 물 사유화를 물리친 볼리비아 코차밤바 동지들은 남아공 소웨토와 니카라과 활동가들에게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말했습니다.

에이즈 환자들에게 다국적기업의 고가품이 아니라 값싼 복제 약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동지들은 지금 남아공의 다른 운동과 연대해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약품이 무료로 공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국경을 초월한 운동에서 국제주의적·사회주의적 정신과 탈상품화·탈계급화 정신이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운동들이 일상 투쟁을 바탕으로 공동 강령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세계사회포럼이 그런 공간이 된다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월든 벨로가 지적했듯이 세계사회포럼이 그런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동력을 잃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럴 수 있다면 이는 새로운 인터내셔널을 건설하는 기초가 될 것이고, 다양한 활동과 투쟁을 크게 전진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미래 사회주의 사회를 향한 이행기 강령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개량주의적 개량’과 ‘비(非)개량주의적 개량’을 구분하고 대안세계화 운동이 후자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자유무역 논쟁을 통해 ‘개량주의적 개량’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죠. 어떤 사람은 공정무역을 통해 무역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아프리카 같은 곳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옥스팜 같은 대형 NGO들이 이런 주장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개량주의적 개량’입니다. 다소 덜 잔인한 무역 형식을 제안하고 선진국으로 수출을 늘려야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를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프리카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득을 얻는 자들은 농장 소유주, 광물 수출업자(주로 외국 채굴 회사)와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국제 금융자본일 것입니다. 따라서 옥스팜은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개량을 지지한 것이고, 이는 큰 실수입니다. 또, 이런 개량을 지지함으로써 반자본주의 운동이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비개량주의적 개량’은 좌파 운동을 건설하고 연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는 운동의 자신감을 강화하고 미래에 더 많은 개량을 따낼 수 있는 길을 엽니다. 사실, 이런 ‘비개량주의적 개량’은 ‘자본주의에서 모든 것은 상품이 된다’는 자본의 논리를 노동계급의 정치경제학을 통해 반박하는 것입니다. ‘비개량주의적 개량’은 최대한 많은 것을 화폐 관계와 단절시키는 것, 즉 탈상품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비개량주의적 개량’은 일부 노동자들이 임금노예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무상 서비스의 형식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인권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또, 노동자들과 사회운동이 국가와 자본에 맞선 투쟁에서 구조적으로 더 많은 힘을 가지는 개량도 포함될 것입니다. 모든 ‘비개량주의적 개량’은 운동의 후퇴가 아니라 성장을 지속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국가는 승리를 패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남아공의 운동도 이 점을 깨달았습니다. 무상 물 공급을 성취했어도 국가는 조금만 공급한 후 다시 공급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쟁의 목적이 단지 물질적 보상을 더 많이 얻어 내는 데만 있지 않고 일국과 세계 수준에서 사회관계의 혁명적 변화와 권력의 획기적 이동을 쟁취하는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