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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보대연합인가 ②:
2007년 대선과 진보대연합

‘진보대연합’이 필요한 이유

진보의 단결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흔히 한다. 나는 이 말이 각 개인과 각 사회 세력 사이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 또는 때때로 다수 세력이 소수 세력에 대해 자신의 힘을 관철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경계를 할 필요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러나 현재의 정세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진보의 대단결을 주장하고 싶다. 물론 대단결의 목적은 특정 세력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 땅에 살고 있는 인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여기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 존중되는 지혜로운 방식과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정치 세력은,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을 살맛나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풀뿌리 권력의 변화,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과 욕망, 습관까지도 변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것들은 서로 긴밀히 연동돼 있다. 국가권력이나 풀뿌리 권력 가운데 어느 하나를 바꾼다고 세상이 절로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 역사가 증명하듯이 진보를 표방하는 특정 세력이 국가나 지방권력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해도 반드시 세상이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진보 세력들은 끊임없이 진보의 내용과 실현 방법, 경로를 고민하고, 이론 투쟁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다. 두루 알다시피 바로 이것이 진보가 분열하는 원인이다.

지금 진보진영에서 논의되는 ‘진보대연합’은 각 진보정치 세력의 대동단결이라는 추상적 의미가 아니라 오는 17대 대선을 맞아 진보정치 세력의 단일 정치연합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경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략적 차원이든 전술적 차원이든 제도정치의 진보적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는 세력들 사이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정치의 진보적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세력들은 이번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세에서 공통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진보대연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사회 모순이 심화됨으로써 인민의 불만과 저항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누가 권력을 잡든지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은 첫째, 각 진보정치 세력의 힘만으로는 대선 승리는 물론 보수정치 세력을 견제할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득표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진보정치 세력의 분열은 보수 일변도의 정치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없다. 이는 압도적인 보수정치 세력과 소수의 진보정치 세력의 고착을 강화함으로써 기형적인 정치구도를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민의를 올바로 반영하는 구도가 아니다. 셋째, 진보대연합이 성사된다면 진보와 사회변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줘 진보정치 세력 전체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작은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같은 지향성을 강화하는 흐름의 진보대연합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물론 각 정치 세력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내용적으로 경쟁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실현 가능한 ‘진보대연합’ 방식은?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은 지난해부터 여러 진보정치 세력이 제기해 온 바 있으며, 최근 민주노동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연합,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선거연합, 진보 통합 신당 등 세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비교적 낮은 차원의 연합인 ‘정책연합’에서부터 비교적 높은 차원의 연합인 ‘진보 통합 신당’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선거연합방식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선거연합’일 것이다.

정책연합만으로는 영향력이 작고, 진보 통합 신당 추진은 이념과 정책의 조율이 필요한 일인 데다 상호 신뢰 축적을 전제로 한 매우 고도의 정치력과 정치과정이 필요한 방식이어서 대선 전에 이뤄내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단기간에 이뤄지는 정치 세력 간 통합은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밥먹듯 하는 보수 정치권이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현실 가능하면서도 영향력이 있는 선거연합 방식은 정책연합을 기본으로 하고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선거연합이라고 본다. 이 방식은 진보정치 세력 각 단위의 대선후보들이 각각의 조직 단위에서 선출된 뒤 다시 한 번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치뤄 진보정치 세력의 단일 대선후보 선출을 이루는 것이다. 즉 이 단일후보로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정치 세력 간에 신뢰가 쌓이고, 정강정책이 조율되고, 조직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통합 진보 신당으로 질적 전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진보대연합’의 기준, 범위와 대상, 일정은?

최근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진보연합 기준은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 반대(한미FTA 원천 무효), 비정규직 차별 철폐(비정규 확산법 전면 개정), 사회양극화 해소, 전쟁 반대, 6·15 정신 계승, 한반도 평화 통일 실현, 국가보안법 폐지 등 민주주의 심화·발전(제반 반민주악법 개폐) 등에 동의하는 세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소 층위가 다른 과제를 뭉뚱그려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큰 틀로 요약하면, 민주주의 심화·발전, 반전과 남북 평화공존과 협력·상생·통일 지향, 신자유주의 반대와 대안적 경제 모델 창출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진보의 가치와 시급한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정치 세력이라면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며, 여기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은 모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에 대한 합의는 한미FTA 원천 무효 등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창당준비위를 발족한 ‘미래창조연대’를 비롯한 범여권 일각에서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한미FTA는 찬성한다거나, 개인적으로는 한미FTA를 반대하지만 한미FTA 반대를 정치적 진로의 원칙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어이없는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한미FTA 반대가 진보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미FTA를 반대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지한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미FTA야말로 우리 사회를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고착화시키는 핵심 기제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그런 헛소리를 한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외면하는 것이라면 나쁜 것이다. 향후 ‘진보대연합’이 성사된다면 한미FTA 문제를 부각시키고, 분명한 정치적 전선을 긋는 전술을 적극 구사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대략적인 추진 일정은 7월엔 ▷연석회의 구성을 위한 토론회 개최, 8월엔 ▷진보대연합 추진을 위한 연석회의 구성 ▷대통령 선거 공동 대응과 활동 방안 마련 ▷선거 강령 마련 ▷후보단일화를 위한 방식 마련, 9월에는 ▷민주노동당 후보 선출, 10월에는 ▷민주노동당 의결 기구에서 최종안 확정 등이다. 10월말, 11월 무렵에는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여타 진보정치 세력이 굳이 이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 일정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진보대연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통해 일정을 합의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부 경선 과정에서 후보 검증 문제가 불거져 이명박 후보 등의 중도 하차가 조심스레 점쳐지기는 하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극우보수 세력은 ‘보수대연합’을 획책하며 역사의 반동을 꾀하는 상황이다.

사이비 개혁 세력은 심각한 민심 이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연명을 위한 원칙 없는 이합집산에 몰두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나선 이른바 ‘시민사회 중심의 신당’ 추진 세력 또한 “대통합이 아닌 새 통합을 추구한다”는 말장난을 부리며 민의를 거스르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인민을 더욱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럼에도 진보정치 세력은 인민들에게 아직 대안적 정치 세력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유일한 길은 인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좋은 정책 내용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진보대연합’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맑시즘2007’에서 ‘2007년 대선 ― 진보대연합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7월 15일 오후 7시 30분)라는 주제로 연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