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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피랍 사태의 뿌리와 책임은 노무현의 파병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생지옥으로 만든 부시 정부에 있다.

따라서 최근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이 사태 해결에 나설 것과 포로 맞교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시위와 기자회견이 잇따라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대사관을 찾아간 피랍자 가족들도 “인질 석방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우리의 움직임이 반미로 비칠까 우려하는 소리들이 있는데 … 어떻게든 인질들을 살려야하지 않겠느냐”(피랍된 서명화 씨와 서경석 씨의 아버지 서정배 씨)고 말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이것이 “비극마저 반미 선동의 소재로 써먹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21명의 생명보다 한미동맹에 금이 가는 것이 더욱 걱정인 것이다.

생지옥

반전 운동이 미국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다. 60퍼센트가 넘는 미국인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 우리는 이들을 반전·평화 운동의 동료로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반대할 뿐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은 바로 한나라당과 이명박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던 이명박은 이번 사태로 여론의 눈길을 피하게 되자 바로 김재정의 고소를 취하시키고 일본으로 도망갔던 이상돈을 귀국시켰다.

한나라당은 ‘반미 경계론’을 펴면서도 5당 대표 미국 방문에 함께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취했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이번 일이 제2의 미선·효순사태로 번질까 벌써 겁이 나는 모양”이라며 불평했다.

범여권의 태도도 기회주의적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손잡고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돕기 위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레바논 파병을 추진한 장본인들이다. 그런 자들이 뻔뻔스럽게 ‘미국 역할론’을 들먹이며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미국 책임론’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반전·반부시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도 부시 정부와의 관계도 고려하는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 문제는 반미로 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혹시라도 부시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봐 노심초사한다. 노무현 정부가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 정부에게 탈레반 포로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중동은 또 ‘반미 촛불시위는 탈레반이 바라는 바이고 오히려 인질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피랍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은 부시 정부의 포로 교환 거부와 한국 정부의 즉각 철군 거부이다. 따라서 부시와 노무현에 맞서는 강력한 운동은 진정으로 피랍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다. 이탈리아 여기자 피랍 때 부시가 포로 교환을 묵인하며 물러서게 한 것도 수천 명이 참가한 반전 시위와 강력한 반전 여론이었다.

미국으로 찾아간 한국의 5당 대표에게 미국 정치인과 관료들은 “내 손자가 잡혀가도 탈레반과 협상하지 않는다”며 냉혈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 “창조적 외교로 풀겠다”는 따위의 말장난만 하면서 말이다.

이 피도 눈물로 없는 전쟁광들을 물러서게 하기 위한 더욱 강력하고 거대한 반부시·반전 시위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