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성한용 정치담당 기자는 “이명박도 아니고 박근혜도 아니라면 그럼 누군가? 없다. … 범여권에는 그만한 후보조차 없다”고 한탄한 바 있다.

범여권에는 무려 20여 명의 후보가 있지만 대부분 1퍼센트 정도 지지율로 도토리 키재기나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더러운 배신을 저지른 노무현과 그의 당에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지금 뉴코아·이랜드 투쟁,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등도 노무현이 저지른 배신의 결과다. 서브프라임 사태 속에서 “이 쪽으로 와라. 나중에 한턱 쏘겠다”며 투자를 부추겼던 노무현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개미’들도 많다. 

노무현이 최근 발표한 감세안도 상위 20퍼센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이명박의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의 판박이였다. 이명박도 “내 공약을 물타기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손잡고 온갖 개악을 추진해 온 ‘짝퉁 한나라당’ 정부다운 행태다.

다행히 열린우리당이 겨우 ‘닫히긴’ 했지만, 노무현의 ‘부채’만 빼고 위장개업하려는 ‘도로열우당’의 사기극에 속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최근 불거지는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의 신정아 비호 의혹과 노무현과 론스타의 커넥션 의혹 등은 노무현의 ‘부채’가 다 드러난 것도 아님을 보여 준다.

그래도 유시민은 “참여정부는 성공한 정부”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부채’까지 가져 온 손학규는 “한나라당에 있었던 게 짐이 아닌 자산”이라고 한다.

이런 범여권의 ‘도토리’들을 ‘컷 오프’를 통해서 일부 추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인지 범여권 후보 중 하나인 문국현은 독자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도로열우당’의 흙탕물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문국현의 행보는 분명 일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듯하다. 문국현이 “가혹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지난 10년간 해고당한 1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을 당했나”라고 눈물짓는 모습은 감동을 줄 만하다. 문국현은 ‘비정규직 비율 감소’도 약속하고 있다.

포스코

사실 문국현과 유한킴벌리는 IMF 때 정리해고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신화는 특정한 조건에서 가능했다.

불황과 내수 위축이라는 상황에서 유한킴벌리는 고숙련 노동력을 기반으로 고급 수출품 시장 개척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불량이 없고 생산성이 높은 고숙련 노동력을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과 연구·기술 개발 시간을 보장했다.  

다행히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생리대 등은 틈새 시장을 발견해 냈고, 순이익이 8배나 증가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호황이 고용확대와 적정한 임금 지급을 가능케 했다.
중국·인도의 추격 속에 저임금과 유연 노동에 기반해 경쟁하는 많은 기업들은 이런 모델을 수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2004년부터 ‘뉴 패러다임 센터’를 만들어 이 모델의 확산을 추구했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

문국현은 ‘4조2교대제와 평생 학습제도’를 도입한 “포스코를 보라”고 하지만 지난해 여름 포항건설노조를 무참하게 짓밟은 포스코의 사례는 이 모델의 한계를 보여 줄 뿐이다.

유한킴벌리도 청소·소각·운송 등의 업무는 외주화해서 비정규직을 쓰고 있고, 2005년에 김천공장에서는 화물연대 소속이라는 이유로 운송 노동자 2명을 해고한 일도 있었다.

문국현을 보면 5년전 밑바닥 지지율에서 시작해 돌풍을 일으켰던 노무현이 생각난다. 당시 노무현도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외에도 둘 사이의 공통점은 많다. 

당시 노무현처럼 지금 문국현도 〈오마이뉴스〉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다. 문국현은 5년간 참여정부 정책평가위원이었다. 문국현은 노무현 정부가 “개혁해야 할 방향과 기초작업을 제시[했다]”며 칭찬한다. 문국현의 브레인 김헌태는 ‘제2의 노무현’이라는 유시민이 “문국현과 유사한 정책[사회투자국가]을 가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문국현의 신자유주의 비판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문국현은 한미FTA도 “이미 [체결을]했으니까 비준하기 전에 국민적 합의를 더 끌어내고 경쟁력이 약한 부분을 강화시키[자]”(〈프레시안〉 7월 27일치)는 입장이다. “빌 클린턴은 기업형 정부라고 했고 앙겔라 메르켈은 창조적 정부라고 했는데 둘 다 대성공[을 했다]”며 신자유주의 정부를 찬양하기도 했다.

문국현은 현재 독자노선을 걷고 있지만, 10월에 범여권 최종 경선에 참여하거나 그 이후에도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무려 41퍼센트의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유동적 정세 속에서 ‘반한나라당·비노무현’의 공백을 메우려는 계산일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반전·반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이 대안을 제시하며 앞장서서 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