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정보통신부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13개 사회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의  북한 관련 게시물 1천6백여 개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삭제 명령을 내렸다. 삭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삭제 최종 시한이 지났지만 민주노동당 등 10개 단체는 “수사기관과 정부의 인터넷 사찰과 검열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당장 정보통신부는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이번 조처는 지난 7월 개악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것이다. 개악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판 국가보안법이라 할 만한 희대의 악법이다.

정보통신부는 게시물을 그대로 두면 “북한이나 불순세력의 선전·선동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야만적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노무현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남북 정상회담’ 시대에 이것은 황당한 이중잣대다. 삭제 대상 게시물 중에는 〈연합뉴스〉에도 실린 글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같은 우익들은 “사이버 공간이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방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동아일보〉도 “국가정보원·검찰·경찰은 정통부의 형사고발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며 탄압을 확대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이중잣대

청와대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일부 북한 사이트 차단 해제를 시사했지만, 곧바로 “민심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친북 사이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게다가 “청와대와 정통부, 검찰, 경찰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며 아예 탄압의 ‘몸통’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금은 ‘친북’ 게시물을 문제삼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게시물을 문제삼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이 벌금을 줄여보자는 실용주의적 판단으로 게시물 삭제를 결정한 것은 아쉽다. 다행히 부당한 검열에 맞선 싸움은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부분적 후퇴가 결집된 항의 효과를 반감시킬까 봐 걱정이다. 저들이 자신감을 얻어 더 수월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

경찰이 추가로 5백25개 게시물의 삭제를 정보통신부에 요청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정부는 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부당한 명령에 불복하고 있는 단체들을 방어하며, 게시물 삭제 명령 철회와 인터넷 사찰·검열 중단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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