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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중항쟁, 어디로 가야 하나?

주류 언론은 각국 정부의 선언과 유엔의 구실이 버마 군사정권의 학살을 저지할 수 있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그러나 실제 투쟁은 버마의 여러 도시와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톈안먼 광장 학살을 자행한 중국 정부가 어떻게든 버마 군부를 제어할 것이라는 생각은 웃기는 발상이다.

서방으로 말하자면, 동남아시아 각국의 군사정권을 지지한 오랜 전력이 있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서 학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버마의 최근 시위들은 버마의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서방 열강에 의존해서는 변화를 이룰 수 없고 자신들이 직접 행동해야 한다는 자각을 한 데서 비롯했다.

과거 버마에서 일어난 위대한 민중항쟁을 8888운동이라고 부른다. 1988년 8월 8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운동은 경제 문제를 둘러싼 학생들의 항의 시위로 시작됐지만 금세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 항쟁이 패배한 뒤 여러 해 동안 활동가들은 사기가 떨어졌고 미국이 버마 군사정권에 압력을 가해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를 석방하고 민주주의 이정표를 제시하도록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교훈을 배웠다. 올해 초에 활동가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는 사원에서 ‘기도 행진’의 형태로 공개적인 항의 행동들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 연료 가격이 5백 퍼센트 인상되자 승려들의 대규모 시위들이 벌어졌다.

지난번 투쟁의 교훈

수천 명의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감을 얻어 승려들의 시위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적으로 급진화한 청년들 수백 명이 승려가 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군사정권이 대학들을 폐쇄하거나 대학 진학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사원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기에 더 안전한 장소였다. 마치 1979년 이란 혁명 때의 모스크나 옛 공산정권 치하 폴란드의 가톨릭 교회처럼 말이다.

오늘날 버마의 민주주의 운동은 1988년보다 경험이 많다. 20년 전에는 수치와 그녀의 정당인 버마 민주민족동맹(이하 NLD)이 운동을 지도하도록 허용할 태세가 돼 있었다.

지금은 운동의 진로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다. 수치와 모든 정치수들이 당장 석방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급진파들은 운동의 지도력을 NLD의 손에 내맡기기를 꺼린다.

많은 활동가들의 뿌리는 8888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거리에 나오는 수천 명의 청년들은 그 때 너무 어려서 운동에 참가할 수 없었던 세대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새로운 세대가 정치적으로 급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엄청난 용기와 희생 정신으로 군부에 저항할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주는 조짐들이 있다.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오직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압에 맞선] 반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병사들이 민중 편으로 넘어오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운동의 과제들

운동은 또, 버마의 오랜 민족 갈등 문제도 다뤄야 한다. 버마족이 아닌 사람들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들은 결코 버마 국가를 반기지 않았다. 많은 소수민족 집단들은 1948년 버마 독립 이후 중앙 정부에 맞서 줄기차게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소수민족 단체인 카렌민족연합(Karen National Union)이 버마 군인들에게 총구를 자신의 장교에게 돌리라고 촉구하면서 민주주의 운동을 매우 분명하게 지지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민주주의 운동은 이런 연대 행동에 보답해서 소수민족들의 자결권을 지지해야 한다. 과거에 버마 독립 운동의 지도자들은 다른 소수민족들에게 자치권을 허용하는 것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다. 수치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그래서 소수민족들의 전폭적 신뢰를 받지 못했다.

버마의 노동계급이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다. 우리는 버마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잘 조직돼 있는지 잘 모른다. 공개적인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988년에 버마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버마의 노동자들은 섬유와 석유 산업에 집중돼 있다. 또, 국경 바로 너머 타이의 매솟(Mae Sot) 같은 도시들에도 버마 노동자들의 대규모 수용소들이 있다. 이런 난민 노동자들은 조직돼 있고 버마 국내의 노동자들과 연계가 있다.

대중 운동이 억압적인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싸워 승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1986년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 맞서, 1992년 5월 타이의 수친다 크라프라윤 장군에 맞서, 1998년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수하르토에 맞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운동은 파업이나 게릴라식 시위 같은 전술을 사용할 수 있고, 하급 병사들과 우애를 나누며 그들이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일은 모두 위험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오직 버마 민중만이 군사정권을 끌어내릴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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