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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미래를 계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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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베헌(영국반자본주의 활동가)

아직도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작년 제노바 반자본주의 시위의 반향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지난달 피렌체에서 영화 〈청년 카를로 줄리아니〉(Carlo Giuliani ragazzo)가 처음 상영됐을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 영화는 경찰에게 살해당한 줄리아니의 마지막 하루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피렌체에서 가장 큰 극장을 가득 메운 2천여 명의 관객들은 감독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오는 11월에 유럽사회포럼(ESF)을 개최할 도시인 피렌체에서 그 영화가 처음 상영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영화 상영 뒤에 열린 토론회에서 비토리오 아뇰레토(작년 제노바 시위와 11월 유럽사회포럼의 주요 조직자 중 한 사람)는 유럽사회포럼에 사람들을 동원할 때 “제노바 정신”을 이용하라고 요청했다. 즉, 주로 급진적 사상을 가진 세력들이 폭넓게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사회포럼에 관한 결정들 대부분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내려지겠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피렌체 현장에서 조직하는 것이다. 피렌체사회포럼(FSF)은 작년 7월 제노바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결성했다. 경찰 폭력에 분노한 그들은 이에 항의하고 싶어했다. 여섯 명의 피렌체사회포럼 대변인 중 한 명인 사라 노첸티니는 “재빨리 전화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족했으며, 사실상 자생적인 시위에 1만 명이나 참가했다.”고 말한다. 그 뒤 상설 기구가 만들어졌고 피렌체사회포럼은 지역 정치 생활의 일부가 됐다. 예컨대, 올해 1월에 시위를 조직하려 한 대학 강사들은 피렌체사회포럼의 도움을 받았다. 약 1만 5천 명이 거리에서 시위 행진을 했다. 4월에 피렌체사회포럼은 총파업을 지지하는 지역 시위에 참가했다. 그들은 임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비판하면서 임시직 용역업체 밖에서 시위를 해서 지역 시위를 “일반화한” 파업으로 만들기도 했다. 피렌체사회포럼은 독자적인 세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5월 인종차별적인 이민법 반대 시위에 1만 명이 참가한 것이 그 예다. 피렌체사회포럼은 이스라엘군이 예닌을 공격했을 때 촛불 시위를 몇 차례 조직하기도 했다. 사라의 말처럼, 사람들이 노동당류의 정당들에 신물이 난 상황에서 “[사회 포럼] 운동은 더 이상 [기성] 정당들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청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사회 포럼 운동의 핵심적인 장점 중 하나는 노동조합 운동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최대 노조 중 하나인 금속노조(FIOM)는 지금까지 1년 동안 [사회 포럼] 운동에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FIOM의 피렌체 지부 간사인 마우로 푸소는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피렌체의 회사들을 인수할 때 노동자들은 해고 등 세계화의 결과들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사회 포럼들은 세계화를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장소이며 우리가 연루하고 싶어하는 공간이다. 사회 포럼들에는 급진적인 비판들이 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사물을 달리 볼 수 있게 된다.”그러나 피렌체의 상황이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판 신노동당이라 할 수 있는 좌파민주당(DS)은 녹색당, 가톨릭 정당과 함께 피렌체 시 의회를 장악한 채 공공 부문 사유화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좌파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사회 포럼의 각종 회의에 참석해 그 운동의 정책들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피렌체에서는 “세계 수준에서 생각하고 지방 수준에서 행동하라”는 구호가 매우 두드러진다. 최근에 시 의회는 시 소유의 약국들, 시영 우유 배급소, 많은 공공 임대 주택들을 사유화했다. 지금 시 의회는 박물관, 도서관, 대부분의 공공 임대 주택을 운영하기 위해 공-사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또, 관광세를 도입해 모든 은행 거래를 공-사 [협력] 기금 조성에 이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 기금의 일부는 지방의 대규모 호텔 경영자들이 관리하도록 돼 있다.

피렌체사회포럼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일련의 “유럽사회포럼 일요일”을 계획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축제 행렬이 노동계급 거주 지구들을 지나가면서 유럽사회포럼을 설명하는 행사다. 사라는 “포르투알레그레의 교훈은 그냥 논쟁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정당도 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덧붙였다.

더 중요한 이유들도 있다. FIOM의 마우로가 말하듯이 “누구든 참가할 수 있고 세계화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사라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유럽사회포럼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모든 유럽 사람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블레어나 베를루스코니 중 누가 집권하든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하다. 피렌체에 와서 이 세계의 ‘블레어루스코니스’와 시장의 힘을 신봉하는 그들에게 항의하자.”

유럽사회포럼의 의제

앨릭스 캘리니코스(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4월 중순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유럽 전역에서 온 1백50여 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유럽사회포럼을 계획했다. 이것은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을 본뜬 것이다. 세계사회포럼은 세계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 운동의 거대한 집결이었다.

사람들은 내년에 다시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릴 세계사회포럼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말에 지역 사회 포럼을 개최하는 데 동의했다. 이번 브뤼셀 모임에는 아주 다양한 조직들이 참가했다. 여기에는 작년 7월 제노바 시위 이후 출현한 이탈리아 사회 포럼 운동, 유럽 각국에 지부를 두고 금융 투기에 반대하는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영국의 글로벌라이즈 리지스턴스(Globalise Resistance)와 반전동맹(Stop the War Coalition), 스페인의 세계저항운동(Movement for Global Resistance), 그리스의 2001 제노바 캠페인 같은 조직들도 포함된다.

정치 조직들 중에는 프랑스·포르투갈·오스트리아의 공산당들, 독일 사회민주당, 그리스 좌파연합(Coalition of the Left),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등이 있었다. 올해 말에 유럽사회포럼은 이탈리아에서 열린다. 조직자들은 포럼이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채택한 “사회 운동의 호소”를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들이 “공개적인 토론과 논쟁,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공동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선언[사회 운동의 호소]은 반자본주의 운동이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함을 명확히 했다. 브뤼셀에 온 많은 대표단들이 강조한 것은 노동조합, 평화 운동, 동유럽과 발칸 반도의 활동가들을 포함해 포르투알레그레에 참석하지 않았던 유럽의 여러 세력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논쟁이 있었다. 첫째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브라질과 프랑스의 정치인들이 포르투알레그레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 했다.

둘째는 많은 대표들, 특히 글로벌라이즈 리지스턴스와 SWP의 대표들은 이탈리아 주최측이 유럽사회포럼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자고 제안한 쟁점들에 도전했다. 글로벌라이즈 리지스턴스와 SWP, 다른 대표단들은 [반자본주의] 운동이 세계적인 의식의 산물이었고 유럽사회포럼은 자본주의적 세계화와 전쟁이라는 주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유럽의 의회 쟁점들에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는 데 반대했다. 오히려 유럽사회포럼이 세계화와 전쟁이라는 활동가들의 관심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