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항상 서방 자본주의의 마지막 변경이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침투한 이래로 서방의 수출업자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구입할 엄청나게 많은 소비자들이 이 고대 문명에 숨어 있다고 꿈꿔 왔다.

이 꿈 ―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되는 바람에 빈곤해진 사회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 때문에 미국은 20세기 중반에 중국을 지배하기 위한 투쟁에 점차 단호하게 뛰어들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 꿈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말이다. 오늘날 중국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세계 경제에 아주 중요하다. 중국은 값싼 공산품을 세계 시장에 마구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중국을 잠시 방문한 나는 30년간의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변모한 도시들을 보았다. 그런 도시에 즐비한 가게들에서 낯익은 서방 브랜드들을 죄다 볼 수 있었다.

내가 중국을 방문한 날은 우연히도 중국공산당 17차 전대 마지막 날이었다. 공식 영어 방송 채널에 나오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거만한 사열 장면과 다른 여러 채널에서 방영되는 오락 프로그램, 연속극, 할리우드 영화 따위의 대조적인 모습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사실, 중국 사회의 모순들은 중국공산당 지도부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있다고 여전히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세대 동안 중국을 압도한 위험천만한 자본 축적 과정 때문에 엄청난 불평등이 형성됐다. 중국 연안 지방과 다른 지방 사이의 빈부 격차는 특히 두드러진다.

내가 귀가 따갑게 들은 한 가지 문제는 아직도 중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 주민들의 곤경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그들은 생활수준이 정체했음에도 농촌을 떠나 자유롭게 이주할 권리가 없다.

모순

많은 농민들이 불법적으로 도시로 가서 1억 명이나 되는 중국의 이주노동자 군대에 합류하고 있다. 그들은 초저비용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해 착취하려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고, 흔히 공안에 체포돼 고향인 농촌으로 쫓겨나기 십상이다.

17차 전대에서 주석 후진타오는 이런 모순들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려 했다. 그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중국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면서도 당이 “조화로운 발전”과 “인민 우선” 정책에 전념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회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후진타오는 말했다.

이런 긴장은 중국의 지적 생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내가 중국을 방문한 이유는 마르크스주의 학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몇 년 전이라면 이런 행사가 지금처럼 흥미를 끌지 않았을 것이다. 옛 소련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공식 이데올로기였고, 흔히 독창성도 없고 교조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교과 과정의 필수 과목이었다.

그런데 이제 사정이 바뀌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마르크스주의, 더 일반적으로는 서방의 급진적인 좌파-리버럴 사상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관심 가운데 일부는 순전히 학술적 관심인 듯하다. 나는 최근 사망한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스트 저술가 장 보드리야르가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듯한 것을 보고 약간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더 비판적인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 경향에 대한 실질적 관심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공산당 통치 하에서, 특히 마오쩌둥 집권 시절(1949~76년)에 중국이 겪은 엄청나고 흔히 폭력적인 투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분석 도구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려는 욕구도 존재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마르크스를 쓸모없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아이콘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설득력 있는 비판적 사상가로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1980년대 말 옛 소련과 동유럽에서 스탈린주의 정권들의 무너지던 시기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그 때는 지식인과 노동자 들이 모두 마르크스주의를 믿지 못할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 치부하면서 서방 시장 자본주의의 이상화된 형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시장 자본주의가 공산당 정권과 수십 년 동안 공존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자본론》의 저자야말로 자본주의로 뒤집히고 있는 나라에 가장 훌륭한 지침을 제시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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