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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한나라당 전선이 민주노동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최근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두드러진다. 그것이 꼭 후보 단일화(범여권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까지 포함시키는)를 촉구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 단일화는 부적절하다면서도 반한나라당 연합 전선을 강조하기도 한다. 자민통 진영의 단체들 상당수가 이런 입장인 듯하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강화와 한나라당 집권 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자고 말한다. 즉, 민주노동당 강화와 범여권 재집권이 모두 가능한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2004년 탄핵 정국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는 대중의 분노가 한나라당을 향했다면 지금은 정확히 범여권을 겨누고 있다. 대중은 깊은 환멸만 남긴 범여권을 이번 대선에서 심판하기를 원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사람들은 그러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중도개혁세력이 서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친미보수세력과 한나라당에 공격의 화살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개혁세력의 단합된 대응”, “한나라당과 친미보수세력[에 대한] [진보개혁세력의] 협공”이 촉구되고 있다. 정식으로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이 아닐 뿐, 거의 인민전선에 가까운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반보수대연합”의 고리가 되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통일)다. “반한나라당 공동투쟁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고 6.15 정권[6.15 공동선언을 이행할 수 있는 정권을 뜻함 ― 필자]을 창출하여 6.15 공동선언에 따라 낮은 단계의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북이 낮은 단계 연방제안을 제기한 것은 화해 협력적인 남측 정권을 상대로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의도”이고 “자주적인 정권이 수립되지 않은 조건에서 통일을 하루빨리 이루겠다는 현실 타개책”이다(《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전상봉). 따라서 통일을 우선적 과제로 여긴다면, 북한이 통일 상대로 여기는 ‘개혁 평화’ 세력 재집권을 돕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자민통 진영이 강조하고 있는 “10.4 선언 이행을 위한 범국민운동”도 6.15 정권을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자민통 진영은 현재 정국의 핵심이 북미관계(와 남북 정상회담)이고, 이것이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이런 “정세의 역동성”이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하락시키고,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 없이도 충분히 진보진영 강화와 6.15 정권 창출이라는 양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도 한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리라는 기대는 어긋나고 있다. 더구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실현을 위해 범여권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이 묶여 민주노동당이 독자적 대안을 내세우지 않자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묻히는 효과를 내고 말았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정부의 ‘개혁’ 사기에 환멸을 느낀 개혁 염원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범여권과 “단합”해 한나라당을 “협공”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민중의 삶을 파탄낸 이른바 “개혁 세력”과의 차이를 선명히 드러낼 수 없다.

교두보

게다가 “반한나라 전선”은 선거 날짜가 다가올수록 후보 단일화 쪽으로 기울 위험을 안고 있다. “진보진영 강화와 6.15 정권 창출”을 모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이 갈수록 분명해진다면 6.15 정권 창출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강화를 최우선에 두”는 입장이라 해도 먼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거치고 그 뒤에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한다는 전망을 추구하다 보면 이번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배신적 타협이기는커녕 미래를 위한 교두보로 여겨질 수도 있다.

민족 통일과 화해·협력을 가장 중시하는 전략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책략에 놀아날 위험에 처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민족적 과제가 그 자체로는 반제국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범국민행동의 날(11월 11일) 노동계급이 내놓은 요구들, 즉 비정규직 폐지, 한미FTA 반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 동참 반대 같은 진정한 반제국주의적 요구들은 ‘통합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수용하고 있다. 이것이 반한나라당 전선을 통한 ‘진보개혁세력’의 협력이 옳지 않은 까닭이고, 민주노동당의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