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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입시 기계가 아니라 인격체로 봐 줬으면 좋겠어요”

[편집자 주] 입시경쟁은 학생들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체벌이나 두발 단속처럼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기도 한다.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와 다른 사회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이하람·성하림 학생이 입시체제 아래에서 느끼는 고통과 억압에 대해 얘기한다.


“학생을 입시 기계가 아니라 인격체로 봐 줬으면 좋겠어요”

고3이 다 되니까 점점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요. 놀아도 맘이 편하질 않아요.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한 애들도 많아요. 저희 반이 38명인데, 수학·영어 같은 주요 과목 시간에도 20명은 자고, 10명은 놀고, 앞에 8명만 공부해요. 그냥 공부하면 [대학 가기] 힘드니까 체육이나 밴드 하는 애들도 많아졌어요.

[학교는] 우리를 인격체로 봐주는 젊은 선생님들을 다 학생부에 보내요. ‘1년만 지나면 다 바뀐다’며 일부러 보내는 거 같아요. 실제 작년까지 멀쩡하던 선생님이 학생부에 가더니 갑자기 두발 단속도 엄격히 하고, 학생들이 시간이 부족해 매점에서 음식을 사서 들고 다니면서 먹는데 그러면 죽도로 막 때려요.

머리가 길면 몇 번 경고 주다가 봉사활동 같은 징계를 줘요. 선생님들은 학생들 의견은 무시하고 계속 단속해요. 두발 단속 규정을 결정하는 데도 학생들은 참가도 안 시키고 학교운영위에서만 논의한 거예요.

주말에도 주로 학원에서 보내요. 국·영·수 학원이요. 과외도 하고요. 학원비만 30만 원이 넘고 과외는 과목 당 40만 원 정도예요. 요샌 학원 잘 다니고 있는데 부모님은 과외도 하라고 하세요.

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학생을 입시 기계가 아니라 인격체로 봐 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입시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동물을 키우고 싶어요. 새 같은 거 찾아다니고, 관련된 책도 보고 공부하고 싶어요. 지금 꿈도 대학에 가서 생물을 전공하는 거예요.

(ㅈ고등학교 2학년 이하람)

“취업만 생각하고 대학가는 건 정말 암울해요”

우리 고1 때는 내신이 엄청 중요하다고 해서 열심히 했는데, 고2가 되니까 이제 내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수능만 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또 논술이 중요하다고 해요. 학교에서 논술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 주시기는 하는데, 논술 선생님이 자기 의견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쓰라고 해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쓰는 게 아니라 결국 선생님이 모범 답안을 주는 거죠.

자율학습하면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있는데, 그러면 14시간씩 학교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끔찍해요. 친구들 얼굴이 늘 지쳐 있어요. 입시에 관계없는 수업시간에는 다 자고, 입시에 관련 있는 수업시간에만 깨어 있는 거죠. 대학은 원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가는 곳인데, 지금은 취업하기 위해서 찍고 가는 곳이 됐다고 다들 지친다고 해요.

고1 때는 몰랐는데, 성적 받아올 때마다 부모님이 스트레스 받는다는 게 보여요. 그럼 저도 더 짜증나고 압박이 장난이 아니죠.

취업만 생각하고 대학가는 건 정말 암울한 거 같아요. 대학가서도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ㅇ여자고등학교 2학년 성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