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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출교와 항소 뒤엔 삼성이 있다

고려대학교에는 ‘삼성관’이 있다. 고려대 당국은 삼성이 건설비 4백억 원을 깎아 준 대가로 건물 이름을 ‘삼성관’으로 짓고 내친 김에 이건희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러나 아들 이재용에게 불법 증여를 하고 핸드폰 위치 추적과 협박·납치 등 노동자들을 탄압해 온 이건희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것은 고려대 당국이 교육기관의 양심을 저버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고려대 경영대 학생들은 삼성부패공화국의 일등공신인 삼성 부회장 이학수의 이름을 딴 강의실에서 ‘삼성의 말레이시아 현지화 전략’ 과목을 듣는다. 학교 당국이 삼성의 부패와 비리 과목을 개설해 준 셈이다.

이런 역겨운 행태 때문에 2005년 이건희 박사 학위 수여식 때 1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기업 총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박사학위를 받으려던 이건희의 계획은 학생들의 격렬한 시위로 물거품이 됐다. 이건희는 결국 이사장실에서 조용히 박사학위를 받고 뒷문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고려대 총장이 즉시 사과하고 보직 교수 전원이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삼성에 ‘사죄’했고, 시위 학생들을 징계하려 했다. 그러나 반(反)삼성 여론이 확산되자 이건희가 사건을 무마하려 했고, 학생들이 계속 투쟁한 덕분에 고려대 당국의 징계 시도는 무산됐다.

그러나 이듬해 고려대 당국은 눈엣가시였을 이 학생들을 본관 밤샘 농성을 빌미로 결국 출교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건희 학위수여 반대 시위를 주도한 것에 대한 ‘괘씸죄’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6백 일 가까이 천막농성을 하며 학교의 조처에 항의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출교에 반대하는 학생·교수·시민사회단체 들의 공동행동은 지난 10월 4일 법원의 출교무효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삼성 부회장 이학수가 이사로 있는 고려대 재단은 이 판결에 불복해 끝내 항소했다.

고려대에서 출교돼야 할 것은 이건희와 이학수다. 삼성의 추악함이 폭로되고 있는 지금 고려대 당국은 이건희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를 취소해야 한다. 또한 고려대 재단은 이학수를 이사직에서 당장 해임해야 한다.

고려대 출교학생들은 대학을 기업으로 만들려는 학교 당국에 맞서 투쟁할 뿐 아니라 삼성부패비리공화국에 맞선 투쟁에도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