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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불타게 내버려 두자는 부시
그 뒤를 졸졸 따르는 한국 정부

12월 3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작된 유엔 기후회의에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 대표들이 참가했다. 한국 정부도 수십 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번 회의의 목표는 교토협약이 끝나는 2012년 이후의 기후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 때문에 2020년이 되면 최대 2억 5천만 명이 가뭄과 홍수 등 물 관련 재해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로드맵’이 통과됐다는 주류 언론들의 과장 섞인 보도와 달리 발리 회의에서 실제로 합의된 것은 기후변화 ‘회의 로드맵’뿐이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했다. 미국 정부의 훼방이 얼마나 심했던지 파푸아뉴기니 대표가 “차라리 꺼져라” 하고 발언했을 정도다.

훼방

미국 정부는 중국 등 신흥 공업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려 애썼다.

물론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배출국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중국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일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중국보다 6~7배나 많다. 온실가스 배출 누적량에서도 미국은 전체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기후변화 1등공신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미국에 비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이 낮은 이점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고 큰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이들의 목표치도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엔이 제시한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수많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2000~2005년 유럽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 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은 시종일관 미국 편을 들며 휴지조각에 불과한 합의문 작성을 종용했다. 반기문은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지나치게 의욕적”이라며 “이후 협상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무총장을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증가율 1위의 온실가스 배출 ‘선진국’ 한국 대표단은 회담 기간 내내 회담장 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 합의문이 채택되기도 전에 귀국해 버렸다. 환경부 장관 이규용은 이미 지난 3일 “교토의정서와 같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강제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핵발전

그 대신 한국 정부는 발리 회의 직후 발표한 ‘제4차 기후변화 종합대책’에서 위험천만하게도 핵발전 확대를 ‘전략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배출권 거래제’ 같은 믿을 수 없는 시장 해결책을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2005년 수준으로 동결’해 18퍼센트 ‘줄인 셈치자’고 하지만, 이는 1990년에 비해 무려 98.7퍼센트나 증가한 양이다.

게다가 미국이 교토협약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아태기후변화파트너십 등 강제력이 없는 사이비 국제기후협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억 명의 이재민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 미국과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한국은 물론이고 주요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기후변화협약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적극적인 정부들조차 현재의 세계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국이 서로 경쟁자에게는 큰 타격을 입히면서 자신은 빠져나갈 수 있는 ‘합의’를 궁리하는 한, 그 결과는 사실상 제국주의 열강의 이해를 관철하거나 아니면 부결되거나 둘 중 하나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한편 지난 8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국제 공동 행동이 개최됐다. 런던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진했고 필리핀, 핀란드, 독일, 그리스, 대만 등 50여 개 나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운동들은 각국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대중운동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 운동들이 각국 정부들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으려면 인류 전체의 미래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도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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