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이른바 “국제 사회”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알고 싶다면 그들이 스스로 성공했다고 주장한 사례들을 보면 된다.

며칠 전 제임스 루빈 ―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부 고위 관리를 지낸 ― 이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이 1999년 코소보에서 거둔 인도주의적 성과를 재현한다면 국제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역겨워 죽을 뻔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자치주다. 지금 코소보 주민의 다수는 알바니아계이지만, 코소보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1990년대에 발칸 전쟁들이 일어난 데는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들을 이용해 팽창주의를 추구한 것이 한몫했다.

이 전쟁들 가운데 마지막 전쟁이 1999년 봄에 일어난 코소보 전쟁이다. 당시 세르비아가 통제하는 유고슬라비아연방군(이하 JNA)은 민족 독립을 요구하며 게릴라전을 벌이던 코소보해방군(이하 KLA)을 상대로 악독하지만 소규모의 반란 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클린턴과 그의 유럽 동맹국들 ― 토니 블레어가 이끌던 ― 은 세르비아를 폭격했다. 밀로셰비치는 JNA를 시켜 알바니아계 수십만 명을 축출하며 대항했지만, 결국 코소보 통제권을 유엔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넘겨줘야 했다. 러시아가 중재한 정전 협정에 따라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일부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제 코소보가 다시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알바니아계가 지배하는 코소보 정부는 세르비아로부터 일방적으로 독립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 계획은 조지 부시 정부와 유럽 열강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유럽연합 정상들은 코소보 독립 후 코소보의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1천8백 명의 경찰·판사·세관원·검사 등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나토의 코소보평화유지군(KFOR) 1만 6천 명과 합쳐질 것이다.

최근 하심 타치가 코소보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KLA의 지도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KLA는 1999년 전쟁 기간에 나토의 공습을 지원했다. 타치는 세르비아군이 철수한 뒤 몇 달 동안 코소보를 사실상 통치하며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았다.

실패한 국가

그런 범죄들과 코소보의 소수 세르비아계를 상대로 널리 자행된 잔학 행위들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유엔은 “정상화 후 [국제적] 지위 인정”이라는 정책을 채택했다. 다시 말해, 먼저 코소보에서 민주주의 제도들 ― 법치, 이동의 자유, 세르비아계를 비롯한 소수민족들의 귀환과 재통합, 베오그라드에 있는 세르비아 정부와의 대화 ― 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코소보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지금 폐기됐다. 지난 5월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오스카르 린트스트룀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폭격과 정적(과 유엔 직원) 암살 사건이 흔히 일어난다. … 분명히, 코소보가 독립하면 미국과 영국이 주장하는 민주적 다문화 국가의 모범이 아니라 소수민족들이 모두 인종 청소당한 실패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십중팔구 유럽연합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세르비아가 군사적 조처를 취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타치와 그 주위의 폭력배들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토가 예비 병력 1천6백 명을 증강한다 하더라도, 코소보에 주둔하는 서방 군대는 너무 취약해서 코소보를 통치하는 옛 KLA 군벌들로부터 소수 세르비아계 주민들을 방어할 수 없다.

한편, 서방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것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코소보 독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고, 서방 관리들은 러시아가 다른 곳에서 보복할까 봐 우려한다. 예컨대, 그루지야의 친미 정권은 러시아 정부가 코소보 사례를 이용해 그루지야 내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 러시아의 후원을 받는 분리주의 운동이 강한 지역들 ― 를 승인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요컨대, 미국과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민족주의 폭력배들의 정권이 독립을 선언하면 이미 지난 10년 동안 전쟁으로 산산조각난 지역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끊임없이 전 세계에 떠들어대는 “굿 거버넌스”[발전행정론에서 많이 쓰이는 말로, 굿 거버넌스의 특징은 참여·법치·투명성·공평·책임성·효율성·합의지향 등이다]의 실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방한 강연

■ 2008년 세계 정세

2008년 1월 19일(토) 오후 3시

■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좌파 정부들

2008년 1월 20일(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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