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뒤 더 지리멸렬해진 통합신당을 구출할 적임자로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가 낙점됐다. “이명박·이회창·손학규로 이어지는 보수 3형제의 과두정치 시대”(민주노동당)가 열린 것이다.

손학규의 “새로운 진보”는 당 대표 취임 첫날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이명박도 주춤거린 “거래세 1퍼센트 인하 정책은 곧바로 추진돼야 하며 … 양도세 완화조치도 2월 국회에서 바로 처리할 생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전경련 등 기업주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FTA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절감한다”고 했다. “같이 힘을 합쳐서 [2월 국회에서 한미FTA가] 통과될 수 있도록 하자”는 ‘노명박’의 의기투합에 호응한 것이다.

사실 손학규는 이명박 뺨치는 시장주의자다. 그는 한미FTA뿐 아니라 한중·한일·한EU FTA 체결도 적극 지지하는 ‘묻지마 FTA론’의 기수이고, 출자총액제한제의 즉각 폐지를 주장하는 재벌 옹호론자다. 또 대입 자율화, 교원평가제 도입 등 교육의 시장화와 양극화를 부추기는 대선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의기투합

“21세기 무한 경쟁 시대에 정부들은 경쟁적으로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손학규,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는 주장도 이명박과 다를 게 없다. “우리 정당사에서 가장 협력적인 야당”이 되겠다는 손학규의 다짐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답게 손학규는 냉전적이고 우익적이다. 2006년 북한 핵실험 때 그는 “지금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위험천만한 대북 제재를 선동했다. 또, 신당 경선 당시에는 “더 이상 5·18 광주 정신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광주의 영령들을 우롱하기도 했다.

이런 손학규를 내세워 “한나라당 따라하기”로 총선에 임하려는 통합신당에게 미래는 없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봐도 “통합신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구는 거의 없다.”(‘미디어코리아’ 김형석 대표)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난파선의 쥐떼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 안영근과 이해찬, 유시민이 탈당한 가운데 충청 지역의 쥐떼들은 이회창의 자유신당으로 배를 갈아 탈 기회마저 엿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파산하는 통합신당의 왼쪽 공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심상정 비대위는 당의 분열과 우경화를 막고 당의 단결과 급진성 보존,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