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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를 분쇄하다

중동에서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이 폭발할 가능성을 지난주에 볼 수 있었다. 국경 장벽이 무너지고 독재자가 굴욕을 겪어야 했고,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이 산산조각났다.

지난 1월 22일 아침,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 들이 이집트의 라파흐로 통하는 팔레스타인­이집트 국경검문소를 에워싸면서 [운동이] 시작됐다.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는데, 시위대는 이집트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2000년 제2차 인티파다(민중봉기) 뒤로 가자지구는 경제적으로 고립돼 왔다. 그러나 2005년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에 밀려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을 철거해야 했다. 이 불법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가자지구를 장악한 후 건설했던 것이다.

2005년 가자 정착촌 철군 이후 2006년에 하마스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한 핵심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저항조직이다. 서방은 충격을 받았고, 이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졌음에도 서방은 하마스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집트 정부는 국경을 폐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고, 이집트 쪽에 살고 있던 가자 주민들은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2007년 6월에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는 쿠데타를 사주해 하마스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동참을 거부하면서 좌절됐다. 쿠데타 시도가 좌절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가자지구 봉쇄는 미국과 그 동맹자들이 팔레스타인을 굴복시키기 위해 채택한 전략의 핵심이었다. 가자 지역 주민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봉쇄는 이스라엘이 모든 연료 공급을 차단하면서 완전한 제재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1백50만 명의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지내야 했다.

필사적

오랜만에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자 더욱 필사적이 된 팔레스타인의 여성과 아이 들은 지난주 국경을 향해 행진했다.

이집트 시위 진압 경찰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시위대 중 일부는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비난했고 성난 아이들은 경찰 방패를 마구 두들겼다. “야, 이 겁쟁이들아!” 하고 시위대가 외쳤을 때, 경찰이 진압을 시작했다. 50여 명의 여성들이 국경검문소를 넘어가자 이집트 경찰은 공포탄, 물대포, 곤봉 세례를 퍼부으며 그들을 다시 팔레스타인 쪽으로 밀어냈다.

악명 높은 무바라크의 경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필사적 몸부림을 짓밟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집트 야당인 무슬림형제단과 사회주의자동맹 ― 좌파 단체와 개인 들의 연합 ― 은 카이로 시내 아랍연맹 건물 앞에서 수요일(1월 23일) 아침에 집회를 하자고 호소했다. 아랍 곳곳에 있는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도 집회가 조직됐다.

놀란 무바라크는 보안병력을 동원하고 수요일 시위를 금지했다. 수백 명의 무슬림형제단과 좌파 활동가들이 집에서 자던 중에, 혹은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에 연행됐다.

무바라크의 보안병력이 카이로의 저항을 탄압하는 동안, 하마스 기술자들은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가르는 국경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하마스의 기술자들은 아무도 모르게 오랫동안 6미터 높이의 철제 장벽을 절단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요일 밤에 그들은 전체 장벽을 무너뜨렸다.

국경 장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집트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보안병력은 수많은 인파 앞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보안병력 중 일부는 국경검문소에서 이탈해 달아났고 나머지는 가만히 구경했다.

국경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카이로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록 4백50명이 넘는 핵심 활동가들이 연행된 상황이었지만, 카이로 중심가의 타히르 광장에는 2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공개 시위를 금지하려는 시도가 실패할까 두려웠던 이집트 보안 경찰은 카이로 시내 지하철역을 모두 봉쇄하고 번화가를 수색하다가 아무나 마구 잡아들였다. 이집트 국가에게 적은 모든 곳에 있었다.

카이로의 시위대들도 무바라크를 “겁쟁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집트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집트 경찰들은 시위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1천5백 명을 연행했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아무리 시위대를 탄압해도 자신이 큰 곤경에 빠졌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물결 앞에서 이집트 국경 경찰과 보안병력 들은 우왕좌왕하다가 후퇴했다. 그래서 무바라크는 텔레비전에 나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무바라크는 “무기나 불법적인 것들을 소지하지 않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서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고 주장했다.

새로운 투사들

가자와 이집트 간 국경에서 일어난 사건들로 무바라크의 26년 독재 정치는 더 약화됐다. 2006년 12월 이래 이집트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공장점거뿐 아니라 각종 시위들이 잇달아 벌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젊은 여성과 노동자 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대의 투사들이 탄생했다. 한 이집트 좌파 활동가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활동가는 “우리는 오랫동안 무바라크 정부의 혹독한 탄압을 받으면서 작은 활동들을 벌여 왔는데, 이제는 운동이 성장하고 기층에 뿌리 내리는 속도가 하도 빨라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다” 하고 말했다.

무바라크 정부는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다. 불과 2주 전에 조지 부시가 중동 ‘민주주의 국가 순방’ 중에 무바라크와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부시는 이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정부,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맞서 친미 동맹을 공고히 하려 한다. 이것은 제국주의와 지역 동맹국들에 맞선 모든 저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부시의 방문 이후 가자지구를 상대로 끔찍한 살육 행위를 다시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연료 공급을 중단해서 가자가 암흑 속에 빠지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하마스 정부에 반대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굴복하기는커녕,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은 이스라엘 정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봉쇄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한 이스라엘 장관은 당황한 나머지 지난 목요일(1월 24일)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장관은 “가자의 다른 쪽 국경이 열린 이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 가자에서 물러나야 한다”하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38년 동안 가자지구를 점령해 정착촌을 건설하고 무차별 국가 테러를 자행한 뒤 완곡하게 패배를 인정한 셈이다.

이스라엘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무부 차관 니콜라스 번즈는 무바라크에게 전화를 걸어 국경 봉쇄를 요구했고, 미국 의회는 이집트 정부가 국경 통제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이집트에 대한 원조금 중 1억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발언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이스라엘의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축제의 장

이집트와 가자지구 간 국경 지역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목요일(1월 24일) 아침에 유엔은 “35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 가자 총인구 1백50만 명의 20퍼센트가 넘는다 ― 이 자동차나 버스 등을 이용해서 이집트로 넘어갔다” 하고 발표했다.

일요일(1월 27일)까지 무려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집트로 갔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집트의 친척과 친구 들을 방문하고 생필품을 구입하는 등 마음껏 자유를 누렸다.

이집트 정부는 라파흐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엘아리쉬에 새로 임시 국경검문소를 설치했다. 라파흐에 주둔중이던 미국과 다른 나라의 군사 옵서버들은 혼란의 와중에 기지에서 철수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밀려들어오자 그들은 장비를 챙겨 떠났다.

지난 금요일(1월 25일) 무바라크는 국경에 경찰을 파견했고, 보안병력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도우려는 이집트인들을 공격했다. 이집트 경찰은 시나이반도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구호물자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날 오후에 이집트 전투 경찰들은 라파흐 지역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그들은 경찰 차단막을 형성해서 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의 ‘감옥’을 탈출해서 이집트로 넘어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

덕분에 전투 경찰들은 돌 세례를 받았고, 팔레스타인 투사들은 불도저를 이용해서 다른 쪽 국경 장벽을 무너뜨렸다. 일요일(1월 27일)에는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지은 장벽이 완전히 박살났다.

이집트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사를 거슬러 하마스 정부 당국자를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물자 반입을 다시 허용해야 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점령은 끝났다. 당분간은 말이다.

2008 카이로 회의
전 세계 반전·반신자유주의 활동가들의 한마당, 2008년 카이로회의에 참가합시다

이집트 카이로회의가 3월 27~30일 열린다.

카이로회의는 독특한 행사다. 카이로회의는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이집트인들이 조직해 왔다. 지금까지 반전·사회운동·노동운동·급진 정당·민족해방 조직 활동가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카이로회의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2007년 카이로회의에 다함께 활동가들과 민주노동당 대표단을 포함해 90여 명이 참가했다.

2008년 카이로회의의 큰 주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적 처벌 정책은 전 세계적인 반대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국경검문소를 뚫고 이집트로 넘어오자, 이집트 경찰은 수백 명의 활동가들을 연행했다.

하마스의 지도자들과 무슬림형제단이 올해 카이로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한국의 활동가들도 여기에 참가해 국제적 연대 건설에 함께하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