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적 역할을 떠맡는 엄중호의 모순에 이어 다른 모순들이 이어진다.
경찰은 엄중호 덕에 엽기 살인마를 붙잡지만, 미진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다. 시장이 똥물을 맞은 것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살인마 검거 뉴스를 터뜨리는 것이 경찰의 목적이다. 살인마를 잡아 넣을 수 있는 증거 잡기에만 혈안이 된 경찰은 미진을 구할 수 있을법한 곳보다는 증거가 있을법한 곳을 수색한다.
검찰은 언론에 어떻게 비쳐질지만 신경쓸 뿐 사건 자체의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증거 불충분, 폭력심문, 12시간 초과… 민주적 권리들이 검찰의 구조적 모순과 맞닿으며 살인마의 권리로 둔갑한다. 결국 검찰은 살인범을 풀어 주고 엄중호만이 미진의 생사에 목숨을 걸고 범인을 쫓는다.
영화는 모순을 드러내는 데 뛰어나다. 경찰, 검찰이라는 구조가 경찰 개인, 검찰 개인을 인간적 목적에서 유리시키는 과정, 그리고 출장안마소 사장이라는 개인이 인간으로서 미진을 구하게 되는 과정이 제법 그럴듯하게 묘사돼있다. 이 사회는 자신의 내용에 걸맞지 않은 이름이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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