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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연대 의식이 넘쳐 흐른 카이로회의

지난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제국주의와 시온주의 점령에 반대하는 제6차 카이로회의’가 열렸다.

카이로회의 개막식에서 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는 “하마스에게 각별히 연대의 메세지를 보낸다”고 말했고, 이에 많은 이들이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하마스는 이집트 당국의 입국 금지 조처로 이번 회의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점령 위기와 … 막대한 전쟁비용, 그리고 세계적 경제 침체로 위기에 빠졌[다]”며 “세계 곳곳에서 부시를 지지하는 정권들이 패배하고 있는 지금, 국제적인 저항 세력들이 공세를 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영국 전쟁저지연합을 대표해 나온 존 리즈는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군사법정에 서게 된 40명의 진보 운동가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내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회의가 이토록 다양한 국제 반전 운동 세력이 참여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6년 전에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카이로에서 시작한 운동이 세계 다른 지역의 운동을 고무하고 있다. 또 이 운동은 1970년대 이래 최대 규모의 이집트 노동자 투쟁과 만나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활동가 김광일 동지도 개막식에서 연설했다. “무바라크의 억압과 신자유주의 독재에 맞서 싸우는 이집트 노동자 투쟁을 지지한다. … 우리는 조지 부시와 그 일당의 제국을 무너뜨리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저항과 함께할 것이다.” 그는 한국의 반전 시위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난하며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항의했음을 알렸다.

이집트를 뒤흔든 노동자 투쟁

이튿날 노동자 투쟁과 관련해 열린 두 개의 포럼은 카이로 사회포럼의 백미였다.

이집트 〈사회주의 신문〉이 주최한 ‘이집트의 계급 투쟁’ 포럼에서 ‘이집트 사회주의 연구소’의 하이삼 곱은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이라크 점령 반대 운동, 반독재 운동과 노동자 운동이 서로 고무하며 발전해 왔음을 지적했다.

“2000년 팔레스타인 인티파다 연대 운동이 이집트 전역에서 일어났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나섰던 모든 단체들이 전쟁에 반대해 다시 집결했다. 5만 명이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정치적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키파야 운동(‘이제 그만’이라는 뜻의 반정부 민주화 운동)이 탄생했다.(하이삼 곱)

“노동자들은 국가통제 강화에 맞서 독립 노조를 건설하고 있다. 이집트 노동자들의 반제국주의 운동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일부 공장의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생필품을 보내 주기도 했다.”(에삼 포우드, 이집트 사회주의 연구소)

민주노동당을 대표해 참가한 김어진 동지는 20년 전 남한 노동자들이 큰 승리를 거뒀듯이 이집트 노동자들이 승리해 중동을 뒤바꾸기를 바란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유노조와 공평한 임금’을 주제로 열린 노동자 포럼에는 섬유·철도·철강·지하철·공무원 등 각 부문의 이집트 노동자들이 참가해 메인 홀을 가득 메웠다.

마할라 파업 지도자는 “공장에서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정권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노동자들의 투쟁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알렸다. 세무 공무원 노동자 대표는 “바로 마할라 노동자들에게 배워” 파업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리스와 영국에서 온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국제적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집트 학생 운동이 부활하고 있다”

셋째 날 열린 학생운동 포럼 행사장은 이집트 각지에서 온 학생들로 가득 찼고 3분의 1 이상이 여학생들이었다. 무슬림 여성이 수동적이라는 편견은 산산조각났다.

학생운동을 지지하는 교수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다양한 운동과의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럼 사회자는 최근 승리한 남한의 출교생 소식도 소개했다.

이집트는 얼마 전까지 무상교육이었지만 무바라크 정부는 대학 사유화를 추진하고 등록금과 교육비를 크게 올려놨다. 이집트 노동당[2000년 정부에 의해 해산된 개량주의 이슬람 정당] 학생위원회 연사는 “가난한 학생들은 교육권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교수들의 투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에 우리 교수들은 대학 개혁을 위한 호소문을 돌렸다. 무슬림형제단과 ‘사회주의 학생’이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단결해서 싸우기 시작했고 다른 대학들이 가세했다. 결국 우리는 승리했다.”

‘사회주의 학생’의 연사는 “학생들은 사회 전체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4월 6일에 있을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면서 무상교육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자 투쟁에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예루살렘을 해방시키려면 이집트를 해방시켜라”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의 전략을 다룬 이집트 사회주의 연구소 주최의 포럼 ‘시온주의 반대 투쟁은 어디로’에서 후니엔 라할(헤즈볼라 공보관)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롭게 공존했다. 우리는 공존은 인정하지만 제국주의적 유대 국가 건설, 즉 시온주의에는 반대한다.”

저명한 팔레스타인 출신 활동가 가다 카르미는 ‘두 국가 방안’[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따로 국가를 만들자는 입장]이 아니라 ‘1국가 방안’[이스라엘을 해체하고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사는 하나의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자는 입장]만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1국가 방안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은 영웅적이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이 강요하는 상황 때문이다. 2006년 헤즈볼라의 승리는 매우 중요했다. 팔레스타인 바깥의 강력한 저항 세력이 [팔레스타인 편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우리는 이집트 노동계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들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다. 그들이 승리하고, 그들의 투쟁이 팔레스타인 투쟁과 결합되면 1국가 건설이 가능할 것이다.”

이라크 점령의 진실과 반전 운동의 과제

‘이라크 : 점령 하의 인도주의적 재앙’ 포럼에서 한 연사는 점령 하의 이라크 현실을 각종 통계를 통해 보여 주며 미국이 종파 간 분열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레바논에서 온 활동가는 “이라크 저항 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때때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미국의 점령이 낳은 결과다. 분명한 진실은 이라크인들 대다수가 저항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고 말했다.

카이로회의 부의장 존 리즈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은 세계 제1의 군사 강국이 됐지만, 경제적으로는 쇠퇴하고 있고, 이 두 가지 측면이 결합돼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다”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 배경을 지적했다.

압도적인 군사적 능력과 경제적 취약성 사이의 모순이 심화할수록 위기에 처한 제국은 확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크리스 나인햄은 이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이란, 시리아, 레바논에 대한 공격 가능성은 매우 실질적이다. 국제 반전 운동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반전 활동가 김광일 동지는 반전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나 민주당 후보 어느 누구도 이라크 점령에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반전 운동 세력은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