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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반전 토론회 - 미국의 이라크 공격, 왜 반대해야 하는가

‘다함께’ 반전 토론회

미국의 이라크 공격, 왜 반대해야 하는가

김승국(자통협 공동의장)

최근 신문을 보면 미국의 부시 정권이 이라크 후세인 정권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신문에 대량파괴무기니 사찰이니 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라크 전쟁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후세인 정권이 대량파괴무기, 즉 핵무기·생물무기·화학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기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나 북한과 같은 제3세계 반미 국가이며 미국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가 미국 체제에 도전하기 위해 대량파괴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새로운 가상의 적으로 몇 나라를 “깡패 국가”나 “악의 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나라들을 빌미로 미국이 전쟁을 벌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통해 군비를 확장하고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려 합니다.

미국은 영국 제국주의를 이어받아 중동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기본은 쉽게 말해, 무기를 팔아서 원유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원유 자본을 대표하는 오일 매니저와 군수 자본을 대표하는 군산복합체의 의지를 종합해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 미국의 대외 정책입니다.

그런데 중동 국가들이 원유를 팔아 무기를 사게 하려면 중동에서 분쟁이 자주 일어나야 합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의 기본은 전쟁 정책입니다. 전쟁 정책에서 경제와 안보는 양 날개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후보였을 때 유세장에서 “나는 대통령이 되면 경제와 안보의 양 날개를 통해 미국 국익을 증진하겠다.” 하고 약속했습니다. 클린턴은 안보를 조금 낮추고 경제 중심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부시는 공화당 정권이기 때문에 클린턴과 정강 정책이 다릅니다.

그런데 경제와 안보를 조절해 주는 것이 시장 메카니즘입니다. 자본은 크게 보면 금융자본 같은 민간자본과 군수자본으로 나뉩니다. 미국이 전쟁을 하겠다고 선포하고 전쟁을 벼를 때 두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1년 전 9·11 사태 뒤 전쟁을 선포하자 월스트리트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올랐습니다. 특히 군수업계 주식이 주도해 주가가 올랐습니다. 이 말은 미국 경제가 활성화하는 전망 속에서 전쟁을 자신있게 벌였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하려 하면 할수록 월스트리트에서 주식값이 떨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을 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자본주의가 발전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이 통설이 깨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경제의 중심이 IT 산업일 때는 이 통설이 1백퍼센트 맞지가 않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 민간자본의 의지가 증권 시장을 엄청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시가 전쟁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시는 매일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전쟁 중독증에 걸린 정권입니다. 그래서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면서 판을 크게 벌였습니다. 바로 “반테러 전쟁”입니다. 테러에 반대하느냐 마느냐를 전 세계에 묻는 것입니다. 심지어 북한에도 묻습니다. 감히 누가 빈 라덴 편에 선다고 하겠어요? 전 세계가, 중국까지 전부 “반테러 전쟁”에 참여합니다. 냉전 시대 “윈윈 전략”보다 더 재미보는 “반테러 전쟁”이라고 하는 세계적 규모의 전쟁몰이를 전개합니다. 이것은 “윈윈 전략”을 살짝 수정한 것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쪽에서도 “반테러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필리핀 내 반군을 소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시 마음대로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는 세상입니까?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는 부시 마음대로 했어요.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 여론 조사를 해 보면 반반입니다. 이라크 공격을 놓고 미국 내 여론이 분열하고 있습니다. 펜타곤의 럼스펠드와 국무성의 온건파, 즉 럼스펠드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파월은 서로 생각이 다릅니다. 전쟁에 합의할 때 파월은 뜸을 들여 UN 안보리를 통과해 국제적인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파월 쪽이 힘이 커져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론이 분열했습니다. 럼스펠드는 군수자본 쪽 이익을 대변하고 있고 파월은 금융자본이나 전쟁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장 반응을 대변합니다. 파월도 정치가라서 낌새를 채고 자기가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신경전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사상 논쟁으로까지 심각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부시가 파월처럼 전쟁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이라크에 대한 막가파식 공격의 고삐는 느슨해지고, 중동에 훈풍이 불면서 주식 시장이 활성화해 신자유주의 운영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제일 먼저 프랑스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1917∼1935년에 영국이 이라크를 지배할 때 프랑스에 지금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지역의 유전 관할권을 줬습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중동이나 이라크에 대해 자신이 대주주 못지 않은 주주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프랑스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듯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라크에 친미 정부를 세워 이라크 석유 이권을 미국이 손에 넣는 것을 우려합니다.

또, 러시아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합니다. 러시아 푸틴 정권은 그루지야 카스피해 쪽, 옛 소련 땅의 엄청난 유전지대이자 천연가스가 많은 지대를 자기 앞마당으로 만들려는 집요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카스피해 유전을 놓고 미국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러시아도 이권을 확보하겠다는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터진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원유 확보를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중국까지 포함하면 원유 삼국지입니다. 이 전쟁의 확대판이 이라크 전쟁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계획을 놓고 유럽 시장이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지금 미국이 “왕따”당하고 있습니다. 일방주의 대 다자주의의 대결 양상이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판 미국 “왕따” 현상이라고 할 이런 것들이 아시아권에서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심지어 미국 “꼬붕”이라는 일본마저도 미국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이 미국에 결재도 받지 않고 평양에 가 정상회담을 하는 판입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1990년대 말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다국적기업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지배자들도 미국 제국주의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쿄 주지사인 신타로 같은 극우파도 미국에 반대합니다. 우파 진영의 반미 분위기까지 곁들여져서 일본 고이즈미 수상도 미국에 아름다운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도 미국 정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독일 법무부 장관은 최근 “부시는 히틀러와 똑같다.” 하고 말했습니다. 독일 법무부 장관은 선거 직전에 자기 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용감하게 말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흔들흔들했습니다. 겨우 연정이 선거에 이겨서 목이 다시 붙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론을 반영한 것입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 40만 명이 참가한 반전 시위가 열렸습니다. 스페인에서도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이번 10월 26일 미국 반전 시위에 1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만약 이 날 1백만 명 정도가 시위를 벌이면 부시가 이라크 전쟁 계획을 다시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반전 운동이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에서, 럼스펠드가 대장인 펜타곤·군수자본·군산복합체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은 재미를 이라크에서도 보려고 합니다. 좀더 가속도를 붙여서 북한과도 전쟁하려고 합니다. 세계에서 전쟁 욕구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모순 관계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순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화의 힘이 창출되도록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민중이 단결해 몰아붙여야 합니다. 전쟁 지향적인 신자유주의를 때려부수고 자원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철광과 석탄을 공동 관리하는 1956년에 ECSC, 즉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를 만들어 관리해 왔습니다. 그것이 EC였는데 이제 EU입니다. 이 유로화로 똘똘 뭉쳐 EU가 공동의 부를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평화 지향적입니까? 자원을 공동 관리하는 것은 부시가 말한 신자유주의와 정반대입니다. 자원 공동체 정신에 입각해 보면 유럽의 공동 안보는 평화를 향한 것입니다.

한반도도 유럽만큼 해서 동아시아에서 평화 지대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출발해 한반도를 관통해 시베리아로 달리는 철의 실크로드, 북일 정상회담에서 거론한 일본―한반도―시베리아를 연결해 달리는 철의 실크로드에 미국·일본 자본을 싣고 달리면 평화 지향적인 자원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평화, 평화” 할 것이 아니라 부시가 얘기한 경제와 안보를 평화 지향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부시의 이라크에 대한 일방적인 전쟁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에서 40만 명이 반전 시위를 할 때 우리는 50만 명이 반전 시위를 벌입시다. 지금 이 자리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