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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의 탐욕이 낳은 비극

오늘날 HIV/AIDS는 죽음의 질병이 아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병처럼 투약과 건강 관리만 잘 하면 건강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HIV/AIDS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질병 때문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는다.

지난 4월 28일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플러스’가 연 ‘지속가능한 에이즈 치료를 위하여’ 토론회에서 발표한 윤가브리엘 나누리 플러스 대표도 제약회사의 탐욕 때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브리엘씨는 국내에 공급되는 에이즈 치료제들에 내성이 생겨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신약이 필요했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그런 약들은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1년에 수천만 원이 든다. 푸제온이라는 치료제는 2004년에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됐지만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한국의 보험약가가 싸다는 이유로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제대로 치료제를 쓸 수 없어서 면역력이 낮아진 가브리엘 씨는 장, 신경계, 망막 등이 망가졌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 그에게 처음 내성이 생겼을 때 푸제온이나 다른 신약들을 쓸 수 있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특허권을 통한 독점으로 엄청난 이윤을 누리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BMS는 최근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약가협상에서 한 알에 6만 9천1백35원을 요구했다. 약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가지고 돈 잔치를 벌이려는 것이다.

‘기업 프렌들리’와 의료 시장화에 안달인 이명박 정부가 제약회사들의 이윤을 제약하는 데 의지가 있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환자들과 의료 공공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투쟁으로 제약회사에 맞서야 하고, 돈이 아니라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