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으로부터 이번 촛불 저항의 의미와 향후 운동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오늘(6월 3일)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정부가 일시적 중단을 요청하는 건지 영구적 중단을 요청하는 건지, 만약 미국이 거절하면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애매한 문구로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는 미국산 쇠고기 그 자체의 안정성이 월령을 불문하고 담보되지 않은 조건에서 단지 30개월 이상 쇠고기로 국민들의 불만을 제어하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미봉책입니다.

따라서 이번 발표로 국민 설득이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정부의 지난 대응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을 가지고 노는구나’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쇠고기 문제를 넘어서 이 정권의 본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조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미봉책으로 이번 사태의 해결을 이 정부가 기대한다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것일 거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이 운동에 대해 평가해 보신다면?

이미 촛불을 들고 모인 대중의 의식이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인위적이면, 예를 들어 운동 단체들이 의제를 딱 정리해서 내던지듯 하면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겁니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 운동 진영 내의 많은 사람들이 전망에 대해 굉장히 회의했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걸 국민들이 돌파해 준 것입니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쇠고기는 반대하는데 한미FTA는 찬성한다는 모순된 의식에서 한미FTA와 쇠고기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하는 인식들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각각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국민들이 각각의 문제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갖고 있는 근원적 문제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죠.

그리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5월 6일 만들어져서 한 달 동안 투쟁을 함께해 오면서 운동 내의 통일성, 연대의식이 많이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 변화, 행동의 변화 속도는 우리 운동 단체들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 점에서 우리도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점을 경험하는 것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하신 이명박 정부의 여러 가지 실정을 이명박 정부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기도 있는데요.

물론 사회운동의 역할이 있습니다. 상황을 판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게 운동의 역할이지요.

여러 문제의 주체들이 촛불 광장에 나와서 국민들에게 이 문제도 있다 하고 과감하게 자기 의제를 들고 나와야 된다는 거죠. 시민들에게 이 문제와 저 문제가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노력들을 보여야 한다, 뻘쭘해 있으면 안 된다 그런 생각입니다.

뛰어들어 맨 앞에서 같이 물대포를 맞고 그럼으로써 시민들의 신뢰를 얻고 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6월 10일까지와 그 이후에 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항쟁이 성공하려면 이것의 정치적 수렴점이 분명해야 하거든요. 과거의 국민항쟁 같은 경우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선거가 있고 대안 야당이 있었죠. 예를 들어 1987년 6월항쟁 당시에는 민주당이 대안 야당이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없어요.

그래서 정치적 수렴점을 어떻게 만들거냐 고민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고 저도 많은 고민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야당들은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는데 그게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이미 국민들은 그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이명박을] 퇴진·타도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군중의 힘을 키워서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래도 안 물러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있을 거고. 일각에서는 국민투표도 제기합니다. 재신임 투표가 부결되면 물러나는 걸로. 또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점하는 대안이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의 타협으로 도출될 가능성도 있죠.

이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수렴점을 우리가 세우고 그걸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만들어 낼 것이냐에 대해 고민, 토론, 논쟁이 예고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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