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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회창 운동을 지지해야

반이회창 운동을 지지해야

이정원

지난 11월 초 〈한겨레〉 여론 조사에서 이회창은 39.2퍼센트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노무현과 정몽준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였다. ‘1강 2중’ 추세는 최근 정몽준과 노무현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회창의 당선을 예측하는 비율은 72퍼센트를 넘었다.

최근 검찰의 고문 치사 사건은 김대중 정권을 끝없는 추락으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노무현은 누구에게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파는 더욱 보수화하고 사회 변화를 바라는 운동 세력은 더욱 급진화하는 상황에서 노무현은 어느 세력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채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의 분열도 계속 깊어지고 있다. 일부는 정몽준에게로, 일부는 이회창에게로 모두 제 살 길 찾아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이회창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식 개혁과 사이비 개혁에 대한 대중의 환멸과 보수층의 반동이 결합된 결과다.

이회창의 집권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회창 집권에 반감과 위기감을 느낀다. 1천2백98명의 대학 교수들이 모인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위한 교수모임’은 “과거 군사 권위주의를 계승한 정치 세력은 대선 승리를 장담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은 구시대가 복귀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회창 대선 후보 사퇴 찬반을 묻는 전국 대학생 투표에서는 전체 7천5백63명 중 6천61명(80.14퍼센트)이 후보 사퇴에 찬성했다.

이회창이 집권하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런 정서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1963∼1997년의 일당 독재 경험이나 이회창이 지금 내놓고 있는 정책을 보면 집권 뒤 이회창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는 분명하다. 이회창의 정책은 친시장·반민주·반노동자 정책들이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북한 압박을 지지하고 있고 북한이 핵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또, 고교 평준화 해체를 찬성하고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지지한다. 이회창 후원회에 참가해 1백18억 원의 후원금을 낸 사람들은 평범한 서민들이 아니라 대기업 소유주들이다.

변혁 운동가들은 반이회창 운동을 지지해야 한다. 반이회창 운동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회창 낙선 운동, 안티 조선 운동,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병역 비리·부정부패 등에 항의하는 운동 등. ‘대학생 유권자 운동 본부’가 벌이는 ‘대선 참여 운동’도 넓게 보면 이 운동의 한 조류다. 대학생 유권자 운동 본부는 이 운동이 “수구·보수 세력의 공세와 총반격으로 반전의 위기에 직면한 개혁 과제를 중단 없이 촉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이회창 운동이 진보 정당 지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해서 이 운동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이런 태도는 종종 반이회창 운동은 곧 노무현 지지로 나아간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데서 비롯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회창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노무현이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폭이 커짐에 따라 노무현 지지자들 ― 많은 부분이 노동자와 학생이다 ― 사이에 분열이 생길 여지를 간과하는 것이다. 최근 노무현 지지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도 이것을 반영한다. 개혁국민정당은 11월 13일 ‘후보단일화 논란에 대한 개혁당의 입장’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 종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반이회창 연대를 위해 특정 진보 후보 지지를 내세워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One Korea’ 선본은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이회창이 당선돼도 상관없다. 우리 지지표만 모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선에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지지와 반이회창 운동이 대립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회창 집권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기성 정치 전체에 대한 환멸 증대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낙선 운동과 유권자 운동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적극 제시하는 활동이 결합될 때 반이회창 운동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민주노동당 지지는 운동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선진 노동자들에 연대를 표시하는 것을 통해 머지않아 벌어질 한나라당과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