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비용(6천억 원)을 들인 화려한 회담도 G8 국가들의 심각한 위기를 가리지는 못했다. 유가 폭등, 심각한 인플레이션, 금융 경색 공포는 이들을 비껴가지 않았다.

정치 위기도 심화해 조지 부시, 고든 브라운의 노동당, 후쿠다 야스히로, 사르코지는 겨우 20~30퍼센트의 지지율을 넘나든다. 특히, 부시는 “7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지난 6월이 가장 힘들었다”며 이번 회담에서 급박하게 추가 지원을 구걸했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던 아프리카 원조 문제는 이들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이번에도 G8은 원조액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이들은 2005년의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물론 이조차도 원조를 빌미로 아프리카 자원 쟁탈전에서 한몫 잡겠다는 꼼수가 숨어 있다.

이번 회담에서 G8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비열한 이해타산과 책임 떠넘기기 때문에 폐막식에서 그들이 내놓을 해결책은 상호 모순적인 임기응변이 고작일 것이다.

부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퍼센트로 낮추자는 일본과 유럽연합의 꾀죄죄한 목표치(전문가들은 이 때까지는 적어도 80퍼센트를 감축해야 한다고 본다)조차 거부했다. 부시는 “중국과 인도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버텼다.

“식량값 폭등으로 지난해 5천만 명이 새롭게 기아 상태에 빠졌다”(UN식량농업기구)는 보고가 있지만, G8의 해결책은 곡물 생산국들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농업 생산량을 증대한다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적 접근이다.

투기자금

그러나 현재 식량 위기는 농업 생산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얼마 전 〈가디언〉이 폭로한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바이오 연료(와 이를 둘러싼 투기)가 식량값 폭등에 75퍼센트의 영향을 끼쳤다.

고유가에 대처하는 G8의 자세는 금붕어의 지능을 떠올리게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떠든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산유국의 석유 증산과 시설 투자 확대를 떠들어댔다.

고유가와 식량가격 폭등의 배후에는 투기자금이 있지만, 열강은 투기자본 규제에는 관심도 없다.

한편, 지정학적 경쟁의 격화도 계속됐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미국은 MD 문제로 또다시 마찰을 빚었다. 부시는 이명박과 만나 MD 참가와 미래 한미 군사동맹의 비전을 논할 것인데, 중국은 이를 자신을 겨냥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결국, G8은 위기의 해법을 두고 우왕좌왕할 뿐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합의된 게 없다. 대신 이들은 한결같이 위기의 대가를 평범한 민중에게 떠넘기려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 서방 외교관의 말처럼 “만약 올해 [회의]가 보여 준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이 모든 쟁점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파이낸셜타임스〉) 따라서 저항 운동은 체제의 작동 방식 자체에 문제제기 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7월 5일 회담장 근처에서는 G8에 반대해 세계 각지에서 온 약 5천 명의 사람들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전투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활동가들의 입국조차 거부했던 일본 정부는 이날 시위대 4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열강이 강요하는 야만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촛불시위도 이런 “다른 세계”를 향한 저항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