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림픽을 기껏해야 신경 거슬리는 일로 여긴다. 몇몇 근육질들을 위해 2주 동안 기업 협찬을 받은 국기를 흔드는 것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둘러싼 ‘중국 때리기’ 물결은 구역질이 난다. 물론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권위주의적 스탈린주의 정부에 지배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티베트인들이 민족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그들이 그 권리를 다시 불교 성직자들이 지배하는 사회로 되돌리는 데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많은 중국 비판자들은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예컨대 조지 부시는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정치적 반체제 인사, 인권 옹호 활동가, 종교 활동가 들을 구금하는 데 반대한다. 우리는 언론·결사의 자유, 노동권을 확고히 옹호한다. 이것은 중국 지도자들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국민에게 더 큰 자유를 보장할 때만이 중국이 자신의 가능성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가 지금 누구랑 장난하나? 미국 정부는 이집트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집트 정부는 마할라[이집트의 섬유 공업지대]의 파업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으로 “집회·결사의 자유와 노동권”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미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민주주의의 ‘민’자만 나와도 몽둥이를 휘두른다.

그러나 부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목록에 포함시킬 배짱은 없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옛 운전기사인 살림 아흐메드 함단의 사례를 보자.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함단은 미국 군사 법정이 제멋대로 언도한 5년 6개월 형을 다 살고 난 뒤에도 풀려나지 못할 것이다. “부시 정부의 입장이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을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의 비판은 위선적이다. 그러나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서구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 통치 덕분에 싼 값에 중국 노동자들을 고용해 이득을 챙기고 있는데, 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그 난리를 칠까?’ 답은 중국이 다른 평범한 독재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현재의 전 세계 세력균형을 바꾸고 있다. 시장환율로 계산했을 때, 중국이 전 세계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2.6퍼센트에서 오늘날 약 6퍼센트로 늘었다. 국민경제의 절대적 크기를 측정하는 데 좀더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중국 경제는 거의 11퍼센트를 차지한다.

이것은 두 가지 계산법으로 각각 25퍼센트와 21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그럼에도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국가들 간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필요로 하는 원료를 생산하는 제3세계 국가들은 융자를 받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에 비굴하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된다. 융자를 받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따라 나라 경제를 뒤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중국 투자가 자비롭거나 이타적이란 뜻은 아니다. 중국이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국가 통제가 여전히 강력한 이 나라[중국]가 원료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수많은 야단법석 중 상당수는 인권, 티베트인이나 환경에 대한 진지한 우려가 아니라 중국의 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다. 부시는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메시지는 ‘누가 대장인지 잊지 말고 똑바로 처신하라’였다.

이 메시지를 가장 뚜렷하게 표현한 것은 미국 선수단이었다. 그들은 공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답시고 마스크를 쓴 채 베이징 공항에 내렸다. 미국이 전 세계 최대 대기 오염 물질 배출 국가인 상황에서 이것은 거의 과거 식민지 정착민들이나 보였을 법한 오만한 행동이었다.

서구 열강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미국 정부와 그 동맹들이 자기 맘대로 행동했던 소련 붕괴 직후 상황과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미국의 힘은 쇠퇴하고 있다. 서구 열강은 자기 힘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도전자들에 직면해 있다. 지금 카프카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보여 주듯이, 만약 서방이 그들을 너무 몰아붙이면 그들은 반격할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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