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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볼리바르식 혁명’의 판돈이 커지다

최근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영국인 사회주의자 스티브 헨샬(Steve Henshall)이 베네수엘라의 급진 대통령 우고 차베스와 ‘볼리바르식 혁명’의 방향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소개한다.

베네수엘라의 삶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다. 일요일 오전 광장에는 시사 쟁점과 베네수엘라 사회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여전히 크다. 많은 집이 수도·전기 같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소수 특권층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주거단지와 에어컨이 가동되는 쇼핑몰을 왔다갔다하며 산다. 반면 대다수 베네수엘라인들은 저임금과 고물가로 고통받는다.

차베스는 여전히 대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중이 차베스의 모든 행동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불만은 정부 일반이나 외국 자본에 반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미씨오네스

차베스는 지난 10년 동안 빈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진보적 조처들을 많이 도입했다. 특히 ‘미씨오네스’[사회사업]는 사회 개혁을 위해 투쟁하는 대중적 민족주의 운동인 ‘볼리바르식 혁명’의 핵심 사업으로, 성인 문맹 퇴치 사업, 의료보장 확대 등이 거기에 포함된다.

또, 차베스 정부 하에서 좌파가 활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차베스 정부는 전임 정부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처럼 석유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빈민의 삶은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

차베스 정부는 식료품 가격 인상 제한 등 생계비 통제 조처를 도입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식량 생산을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높은 가격에 식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베네수엘라 식량 부족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차베스 정부는 최근 식료품 가격 통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고, ‘볼리바르식 혁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차베스는 기업가·은행가 수백 명과 만나 “국민적 단결”을 호소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들을 발표했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한 활동가는 “[정부는] 과거에는 그들이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친구가 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차베스가 ‘민족 자본가’와의 단결을 호소하는 것은 민중 권력을 찬양한 그 자신의 말과 모순된다.

우파는 분열해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차베스를 끌어내리고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릴 충분한 힘이 없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는 매우 다양한 좌파 단체들이 기층에 존재한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대표적 사례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지역 편의시설 개선 같은 사소한 일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 같은 포괄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집단적으로 논의한다.

또한,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 안팎에 독립적이고 투쟁적인 좌파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PSUV는 당원 6백만 명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다. 어떤 사람은 PSUV가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고 기층 운동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라고 비판한다.

[PSUV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국노동자연합(UNT)의 다양한 조직들이 서로 단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UNT는 올해 말 전국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대표적 철강 기업인 시도르에서 매우 중요한 파업이 일어났다. 노동자들이 약 3개월간 투쟁을 벌인 끝에 시도르는 공기업화됐다.

공장 점거

시도르의 노동자들은 공장을 소유한 합작기업 테친트가 임금 인상을 거부하자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했고, 당시 노동부 장관 호세 라몬 리베로는 노동자 몰래 기업주와 타협하려 했다.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식료품 배달이 중단되고 나중에는 주방위군과 구사대가 투입됐음에도 굳건히 싸웠다.

다른 공장 노동자들이 신속히 연대 활동을 조직하자 차베스가 개입해야 했다. 그는 노동부 장관을 경질하고 시도르의 국유화를 약속했다.

볼리바르식 혁명의 미래에 대한 논쟁에서 어떤 사람은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성취했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층 운동의 발전을 지지하며, 정부가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층 조직들을 더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대화한 사람들은 생필품 가격 상승, 식료품 부족, 부패 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다가오는 11월 지방선거는 차베스와 그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