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불안정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며 영국에서 사회주의자의 과제를 제시한다. 물론 한국은 영국과 달리 아직 심각한 패배를 겪지 않은 여전히 강력한 노조운동이 존재하며 우파 정부에 맞선 대안과 투쟁을 건설할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이 글은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자유시장 원칙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이것은 1970~80년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설계한 자 중 하나인 사무엘 브리튼이 지난주 한 말이다.

브리튼은 미국 경제의 5분의 2에 이르는 부채를 진 대형 모기지 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한 미국 국가의 과감한 조처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이렇듯 공화당 우파조차 세계 금융 시장의 붕괴 앞에서 벌벌 떨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넷째로 큰 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이런 두려움을 더 강화했을 뿐이다.

전 세계는 금융 시장을 마비시킨 신용경색과 물가 상승이 결합돼 발생한 경기 후퇴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또, 이런 경제 불황은 심화하는 지정학적 불안정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대통령 디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올 8월 8일 발생한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전쟁을 뉴욕과 러시아에 대한 9·11 공격에 비유했다.

그 사건이 중요한 전환점이란 점에서 그의 말은 옳다. 그루지야 전쟁은 양대 핵무기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눈에 띄게 고조시켰다.

이에 부시 정부는 긴장을 더 심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미군은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은신처’를 공격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영토를 침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좌파 정부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우익 쿠데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미국 대사를 추방했다.

한편, 경제·지정학적 불안정이 증가하는 와중에 고든 브라운 정부는 계속 자충수를 두고 있다.

브라운은 가정 연료비를 보조하기 위해 에너지 기업들에 특별세를 매기는 데 실패했다. 그는 신노동당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노동당 정부의 무능력과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면서 영국 노동운동은 당혹감에 빠져 있다.

최근 노동조합총연맹(TUC) 회의에서는 주류 노조 관료들조차 브라운을 공격했다.

신노동당의 심각한 위기는 최근 리스펙트의 재앙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 노동당의 왼쪽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고 가능함을 보여 줬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장 영국 좌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을 둘러싼 노동자 전투성의 부활이다.

1984~85년 광부노동자 대파업의 패배 이후 노동자들의 저항은 약하고 산발적이었다. 노조 내 세력균형도 상근 관료들에게 유리했고 그들 중 대다수는 노동당 정부에 매달렸다.

지금 이 상황이 변하고 있다. 물가가 폭등하는 시점에서 공공부문 임금을 2퍼센트 수준에서 동결하려는 노동당 정부의 시도 덕분에 파업 활동이 눈에 띄게 되살아나고 있다.

이것은 파업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동에 돌입한 노동자들이 보여 주는 투지다.

노조 운동이 부활하면서 공통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공공부문 노조들의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패배의 기억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심화하는 불황은 사회주의자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반전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그루지야와 파키스탄의 상황은 9·11 이후 시작된 미국 제국주의의 공세가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중 누가 당선하든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고든 브라운의 임금 동결 시도에 맞선 저항 운동을 건설하는 데도 뛰어들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특정한 정치 경향에 속한 활동가와 아무 데도 속하지 않은 활동가들이 투쟁을 통해 단결할 수 있도록 온갖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그런 시도 속에서 신노동당의 진정한 대안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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