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촛불〉에 칼럼을 연재하는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수십 년간 그렇게 자주 되돌아보고, 또 그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 책은 《공산주의 선언》이 유일하다”고 한 바 있다.

이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저술한 《공산주의 선언》(이하 《선언》)이 1백60년이라는 시간의 시련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놀라운 ‘현재성’ 때문일 것이다.

발간 1백6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각한 위기 속에 《선언》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선언》이 묘사하는 세계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아주 낯익은 세계다. “자신의 생산물의 판로를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욕구는 부르주아지를 전 지구상으로 내몬다. 부르주아지는 도처에서 둥지를 틀어야 하며, 도처에서 정착해야 하고, 도처에서 연계를 갖춰야 한다.”

자본주의가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북서 유럽 귀퉁이에 국한돼 있던 1848년에 이미 마르크스는 오늘날의 세계를 정확히 예측했던 것이다.

《선언》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재발하며 점점 더 위협적으로 부르주아 사회 전체의 존재를 문제 삼는 상업공황 … 때에는 제조된 생산물들뿐만 아니라 이미 있는 생산력들까지도 으레 태반이 절멸된다. 공황 때에는 이전의 모든 시기에는 어불성설로 보였을 하나의 사회적 전염병이 돌발한다. 과잉 생산이라는 전염병이 그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마르크스의 공황론은 큰 영감을 준다.

또한, 마르크스는 공황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은 실업의 위협과 노동소외, 장시간·저임금·고강도 노동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고 봤다.

마르크스의 주장은 1848년뿐 아니라 실업자가 급증하고 실질임금과 생활수준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오늘에도 해당된다. 특히, 1997년 IMF 위기를 겪은 한국에서는 매우 실감있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 《선언》은 자본주의 무덤을 파는 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하고 있다.

“부르주아지, 다시 말해 자본이 발전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프롤레타리아트 즉 현대 노동자계급은 발전한다 … 부르주아지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노동자 계급)들을 생산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선언》을 저술했던 1848년에 노동계급은 세계 인구 중 극소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도 1백60년 전의 세계 노동계급보다 더 큰 규모의 노동계급이 존재한다.

《선언》은 자본주의의 모든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가 자본주의 생산을 중단하고 사회 자체를 변혁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힘이 사회주의를 현실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것은 1871년 파리코뮌, 1917년 러시아 혁명, 1956년 헝가리 혁명, 1979년 이란 혁명 등에서 인상적으로 입증됐다.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선언》의 문구는 자본주의 위기와 모순이 격화하고 있는 오늘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 더 절실한 것이 되고 있다.

저자들은 1872년 독일어판 서문에서 독자들이 《선언》에 개진된 타당한 원칙들을 그 시대의 맥락에 맞게 실천적으로 적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시대를 앞서 미래를 예견한 마르크스의 혜안이 번뜩인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