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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진정한 변화의 힘은 노동계급에 있다

미국 대선 과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마틴 스미스가 미국의 노동조합, 노동자 투쟁과 버락 오바마의 관계에 대해 논한다.

버락 오바마의 대선 운동에 대한 엄청난 열광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얼마나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아주 시니컬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오바마 연설장에 나온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열광 뒤에는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는 평범한 미국인들 ─ 미국 노동계급 ─ 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가 있다.

미국 노동자들은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과 의료보험에 분노하고 있고 이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런 분노는 최근 보잉 ─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위 기업 ─ 노동자 투쟁에서 볼 수 있었다. 2007년 보잉은 41억 달러의 이윤을 얻었고, 2008년 상반기에도 이미 21억 달러를 기록했다. 보잉은 3천4백60억 달러 어치 주문을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 탐욕스런 기업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고 싶어 한다.

7주 전 워싱턴에서 보잉 노동자 2만 7천 명이 외주화, 의료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 연금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워싱턴의 반대편 끝에는 플로리다 주가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농업이 핵심 산업이며, 주로 비숙련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비숙련 노동자들이 수확한 토마토 등 각종 야채는 맥도날드, 타코벨, 버거킹 같은 다국적 외식 기업에 공급된다.

매년 수확기가 되면 라틴아메리카에서 노동자 수천 명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들은 임시직이며 임금도 매우 낮다.

1993년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일부가 이모컬리노동자연합(CIW)을 결성했다. CIW는 2005년 이후 세 번의 파업을 조직했고 2005년에는 타코벨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따냈다.

또, 2년 간 투쟁을 벌여 2007년에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승리했다. 맥도날드는 타코벨과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을 뿐 아니라 제3자 감시기구를 지정해 노동조건을 감독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CIW는 이제 버거킹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노동자들이 막강한 기업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투쟁들을 맛보기로 보여 줬을 뿐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이런 숨겨진 투쟁을 잘 소개하지 않는다. 사실, 보잉과 CIW 노동자들의 투쟁은 미국 노동자들이 겪어 온 역사라는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

미국의 부자에게 지난 30년은 좋은 시절이었다. 1979년 이래 최상위 0.01퍼센트의 수입은 4배나 뛰었다. 그러나 평범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꾸준히 하락했다.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생활수준을 유지하려고 직업을 두세 개씩 갖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제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그들의 삶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코노미 폴리시 유니트’의 조사를 보면, 2001~2006년 사이 미국 경제 규모는 9조 8천억 달러에서 11조 2천억 달러로 커졌다. 미국 경제는 14퍼센트 성장한 것이다.

동시에 노동자 1인당 생산성도 16.6퍼센트나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중위 소득 가정의 수입은 2.9퍼센트가 줄었다.

오늘날 미국 노동자 중 25퍼센트가 빈곤임금을 받는다. 올해 노동자 2백만 명이 자기 집을 뺏겼다. 모든 노동자들이 실업의 공포에 사로 잡혀 있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현재 9백50만 명이 일자리가 없다. 실직자 수는 2007년에만 2백20만 명이 늘었고, 곧 실업률이 10퍼센트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백인 남성의 실업률이 5.4퍼센트인데 반해, 흑인 남성의 실업률은 11.4퍼센트고, 히스패닉 남성은 7.8퍼센트나 된다. 특히,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의 상황은 정말 끔찍하다. 10대 실업률은 무려 19.1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가디언〉의 한 칼럼니스트가 지적했듯이, “오바마의 승리는 엄청난 상징성을 갖지만, 실질적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경제 위기에 대한 오바마의 대책은 2008~2009년 기업이 신규 노동자를 채용할 때마다 3천 달러의 세금을 공제해 주는 것이다.

또 다른 대책은 월가 구제정책에 관련된 금융기관들이 이자를 갚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한” 가족들에게 90일간 주택 압류를 연기해 주고, 시 정부가 이들에게 긴급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많은 노조 활동가들은 오바마 당선이 수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바라는 정책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바마의 선거 운동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평등과 정의에 대한 열망을 되살리는 기회가 됐다.

아직은 작지만 미국 노조 운동에서 실질적인 부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2007년 노조 가입자 수가 31만 1천 명이 늘어 총 1천5백70만 명이 됐다. 물론 이런 작은 증가로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 노조조직률은 여전히 1920년 이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최근에 미국 노동계급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미국에는 오랜 노동자 저항의 역사가 있다. 1934~36년에 대규모 파업 물결이 발생했고, 1960년대 말~70년대 초에는 노동조합 투쟁이 활발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은 노동자들의 전투성을 무디게 했고, 노동자들의 에너지를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키려 했다. 민주당이 부자들을 배불리는 자본주의 체제에 헌신하는 정당인데도 말이다.

좀더 최근에 1999년 시애틀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을 탄생시킨 매우 고무적인 투쟁이 벌어졌다. 2005년에는 뉴욕에서 공공교통 노동자 3만 4천 명이 연금을 지키기 위해 3일간 파업을 벌였다. 또, 2006년에는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방어하는 초대형 시위가 있었다.

지금 미국에서 발생한 경제 위기는 두려움뿐 아니라 분노와 저항을 낳을 것이다. 노조를 재정비하고, 현장 노동자 조직을 만들고,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요구를 연결하고, 흑인·백인·라틴아메리카 출신 노동자를 단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단지 또 한 명의 민주당 대통령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근본적 변화를 바라고, 또 그것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뜻한다.

미국의 진정한 변화는 지금까지 미국 공식 역사 서술에서 무시돼 온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바로 미국 노동계급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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