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고시원 살인 사건의 피해자 다수는 중국 국적 동포들이었다. 이 사건으로 다시 한번 재중 동포들의 안타깝고 비참한 삶이 드러났다.

고(故) 이월자 씨의 사연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녀는 어릴 때 중화상을 입어 두 다리를 못 쓰는 아들의 수술비와 돈이 없어 결혼식을 못 올리는 둘째 딸의 결혼비용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고 한다. 그녀는 하루 12시간 넘도록 고된 식당 일을 하면서 밥값을 아낀다고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가져다 먹으며 1.5평 남짓한 ‘쪽방’ 고시원에서 살다가 참변을 당했다.

올해 1월 이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났을 때도 사망자의 다수가 재중 동포들이었다. 1년 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희생자들 중에도 어김없이 재중 동포들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의 피해자들이 재중 동포, 이주노동자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론들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전하지만, 왜 이들이 이런 처지에 내몰리는지 말하지 않는다.

재중 동포들의 연이은 참사 사건들의 근원에는 바로 정부의 차별적인 동포 정책과 이주노동자 정책이 있다.

헌법불합치

중국과 러시아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에 따라 2004년 재외동포법이 개정됐지만, 지금도 이 동포들은 재외동포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그저 일부가 5년간 체류와 왕래가 가능한 ‘방문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이 방문취업제로 들어와 있는 30만 명의 재중 동포들은 여느 이주노동자들처럼 열악한 처지에 있다. 정부가 이들의 입국을 규제하기 때문에 1천만 원 이상의 ‘브로커 비용’을 지불해야 이 비자를 손에 넣는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 1~2년 동안은 죽어라 일만 해야 ‘브로커 비용’을 갚을 수 있다.

체류 자격이 없는 동포들의 처지는 더 끔찍하다. 올 4월 재중 동포 김은남 씨는 밀항으로 한국에 들어와 메추리 농장에서 5년 동안 매일 19시간 중노동을 하고 1백만 원을 받았다! ‘불법’이라는 처지 때문에 신고도 못하고 농장주의 상습 폭행도 견뎌야 했다. 3만 명이 넘는 재중 동포들이 ‘불법’ 처지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

나와 상담을 했던 한 재중 동포가 “차별 때문에 분통이 터지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기서 살 수가 없는데”라며 고개를 떨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 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입국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10월 15일부터, 60세 이상 고령 동포들에게는 제한 없이 발급해 줬던 방문취업비자 발급이 중단돼 이제는 한국어 시험과 전산 추첨 절차를 거쳐야만 하고, 한국 국적자가 초청할 수 있는 인원도 10명에서 3명으로 제한됐다. 방문취업 노동자는 무려 4년 6개월 동안 단 한 번의 근무처 변경도 없이 일했을 때만 영주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삭감과 체류 요건 강화 조처들과 더불어 동포들에 대한 입국 규제 강화는 동포를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끔찍한 처지로 내몰게 될 것이다.

정부는 재중·재러시아 동포들에게도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재외동포법을 즉각 적용해야 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온전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런 출입국 규제를 유지, 강화하는 한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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