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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파업 5일째 현장취재:
“언론악법 통과는 이명박의 무덤을 파는 것”

언론노조 파업 5일 째를 맞아 열린 여의도 집회에 4천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지방 MBC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상경해 참가했고 이틀 파업을 선언한 EBS와 CBS 노조도 동참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다함께, 전국공무원노조,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공공연맹, 대학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대학생연합, 서총련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참가해 이번 파업에 대한 지지를 확인해 주었다.

특히 KBS 노동자들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함께 하겠습니다”, “KBS 안 죽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는 팻말을 들고 참가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양승동 KBS사원행동 대표는 “차기 노동조합은 동참할 것이라 말했다”며 “차기 노조 집행부가 내일부터 이 자리에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 하고 말했다. 그는 KBS의 PD, 기자협회, 젊은 기자들이 잇따라 파업 지지 성명과 KBS노조의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 KBS 노동자는 기자에게 “오늘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언론 노조에서 탈퇴한 뒤 노조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답답했다. 이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사내 게시판에도 휴가를 내고, 하루 일을 멈추고라도 동참하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노동자들 사이에서 파업 지지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차기 노조 집행부와 사원행동이 협력해서 대응할 것이라 믿고 있고 언론 악법이 통과되면 이런 행동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고 말했다.

지지발언에 나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1996년 12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어디 있었냐고 묻고 싶다. 이명박이 신한국당 의원일 때 도둑고양이처럼 노동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이 저항해 투쟁이 승리했고 YS몰락을 가져오지 않았냐. 이제 2008년 12월 26일 언론 노동자들이 일어났다. 이것은 이명박 당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하고 말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공동대표도 “우리는 국민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왔다.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의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폭거다” 하고 일침을 가했다.

집회의 사회를 맡은 MBC 아나운서 한준호 조합원은 “정부가 녹생성장이라고 하는데 언론을 장악하고 집시법을 개악해서 국민들의 눈과 귀, 입을 막는다면 ‘녹색성장’이 아니라 ‘녹슨 성장’이다” 하고 정부를 비판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조합원들을 비롯해 신문과 방송 노조 조합원들의 결의 발언이 이어졌다. 부산 MBC 조합원은 “태어난 지 열흘 된 내 아이에게 사람 사는 냄새나는 기사를 접하게 해주고 싶다” 하며 파업 동참의 이유를 밝혔고, CBS조합원은 “지지 댓글을 보며 울컥 했다. 국민들은 지금 우리에게 싸가지 없고 몰상식한 정부에 맞서 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질 수 없고 져서는 안 되는 싸움에 들어섰다. 승리하자” 하고 말했다. SBS 조합원은 “MBC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을 보수 일변도로 바꾸려는 의도를 알고 있고 재벌·조중동 방송은 안 된다는 분명한 자각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 대오를 지키는 것이다. 조중동은 우리의 ‘블랙투쟁’이 YTN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이것은 YTN노동자들의 훌륭한 모범을 따르는 것이다. SBS노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벌어진 파업이 노조 역사에 훌륭한 역사로 남길 원한다” 하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MBC 조합원은 “YTN 사태에서 시작해 천막농성이 시작될 때부터 전 조합원이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 어느 때보다 조합원들 사이에 결속력이 높다. 파업 지지 촛불 집회를 보며 촛불도 나섰는데 우리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더 많이 집회에 참가해 촛불집회 때 광화문을 가득 메운 것처럼 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하고 지지를 부탁했다.

MBC노조 충주지부의 아나운서 조합원은 “방송은 경제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 방송은 국민들의 눈과 귀이기 때문이다. 본부장을 포함해 안에서도 잘 싸워주고 있어 든든하다. 또 지지 댓글을 비롯해 여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도 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부 정책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방방송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민영화까지 된다면 경영논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지역방송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고 말했다.

집회가 끝날 무렵 언론노조는 언론악법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명박산성’이라며 상징물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시 집회가 끝난 뒤 MBC노조 사무실에서는 블로거 기자들과 노조의 간담회가 마련되었다. 간담회에는 박성제 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우리 결혼했어요〉의 임정아 PD, 〈북극의 눈물〉을 제작한 조준묵 PD, 전 〈PD수첩〉 이춘근 PD가 참석했다.

“이명박 안찍었다고 화내신 부모님도 오늘 집회에 나간다니 장갑, 내복, 모자까지 챙겨주셨다. … 민영화가 되면 돈이 많이 들어와서 방송의 질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한국 영화가 발전해도 일하는 스태프들의 조건은 안 올라가지 않았냐. 방송의 질은 콘텐츠와 주제의식에 달려있다. 민영화로 이런 것들이 제약받게 되는데 방송의 질이 높아질 수 있겠냐”(임정아 PD)

“파업 출정 기자회견 때 경찰이 경고방송하고 살수차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며 지금 현실이 어떤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아스팔트 위에 서 봐야 좋은 기사를 쓰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대통령이 ‘방송은 산업이다’ 하고 말했는데 정말 무식한 말이다. 민영화가 되면 공공 기능을 위해 돈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윤 논리로 지방 MBC가 다 없어지는데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인가. 사원들을 해고시켜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문제 있는 것이다”(조준묵 PD)

“이 정부는 영어 공교육에 MB지수 운운하고 쇠고기 협상까지 일련의 문제가 있었다. 이번 법안에 대해 공청회도 없었고 심지어 국회의원들은 법안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정말이지 천박하고 저열하다. 몰상식에 대한 분노가 생겼고 상상도 못했지만 파업에 나서게 됐다. …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7대 악법을 막고 이명박 정부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저들이 말하는 밥그릇은 있는 자, 가진 자들의 밥그릇이다. 우리는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 방송을 한다. 그래서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국민의 밥그릇을 뺏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의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것인가”(이춘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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