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된 금요일 저녁 7시,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 주최로 ‘이명박 정권퇴진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체감 기온 영하 20도를 웃도는 추위에도 3천여 명이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용산 참사 이후 최대 규모의 도심 집회였다. 

집회 전날 검찰은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참사가 발생했다”며 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떠넘기고 철거민 5명을 구속했다. 청와대와 검찰, 한나라당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철거민들을 도심테러를 자행한 폭도로 몰아세웠다. 전철연이 “반국가단체”고 민주노동당도 배후세력이라는 색깔론도 등장했다.

정부의 이런 적반하장식 태도가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무대에 오른 한 철거민은 “우리는 잘못된 개발 때문에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용역의 폭력에 시달리다 최후로 결정한 것이 망루에 오르는 것 이었다”며 “단 한 마디의 협상도 없이 김석기가 우리 동지 목숨을 앗아가더니 … 누가 폭도인가?”하며 절규했다.

용산대책위 공동 집행위원장 박래군 씨도 “화염병이 원인이라며 철거민들을 마녀사냥 하고 희생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며 “대책위는 이명박 퇴진 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희생자 다섯 명의 유가족들의 절규는 집회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고(故) 이성수 씨의 아내 권명숙 씨는 “누가 좋아서 농성하고 누가 좋아서 옥상에 올라갑니까. 생계를 위해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며 울먹였다. 또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시신은 만신창이었다. 뭐가 그리 무서워서 몇 시간 만에 부검을 했나. 돈 많고 높은 사람 시신이어도 그랬겠냐?”며 “진실을 꼭 밝혀내자”고 호소했다.

진상조사단의 발표도 이어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상윤 사무국장은 “망루 안에 있던 사람도 있지만 망루 4층에서 옥상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다. 불에 타 죽었는지 다른 이유 때문에 죽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도 “철거민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철회하고 사고현장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설 귀향 때문에 서울역에 온 인파도 집회 참가자들의 홍보전에 관심을 보이며 철거민들의 목소리에 공감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강추위와 경찰의 행진 봉쇄 시도에도 굴하지 않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김석기를 구속하라” “살인정권 물러나라”를 외치며 서울역에서 홍대까지 분노에 찬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도중 지나가던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호응을 보내 지난 촛불항쟁을 연상케 했다.  

이명박은 설 연휴 동안 분노가 사그라들길 바라고 있지만 이날 집회는 쉽게 이명박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용산대책위는 설 연휴가 끝난 주말인 31일에 집중 집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줄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