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은 누구에게 충성을 바쳤나

‘법대로 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지침을 따라 용산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청장 김석기가 사퇴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법관 신영철이 ‘총 맞은 것처럼 충성’을 바치다 들통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양윤석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앙지부장은 신영철이 대법관이 되기 전부터 불신의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신영철의 대법관 임명을 며칠 앞두고 청구된 미네르바 구속적부심이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법원 내에서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정말로 미네르바 구속적부심이 기각됐죠.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는 최고 법원의 법관이 될 사람이라면 이런 의혹을 깨끗이 밝히라는 성명을 냈죠.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 의원이 ‘노조에서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신영철 법원장이 ‘그런 일 절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내 재판에 간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그러나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진상’을 온전히 밝혀 낼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조사단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신영철의 촛불 사건 배당 몰아주기에 대해 문제 없다고 결론지은 바 있는데 이번 진상조사단 단장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법원행정처장 김용담이다.

촛불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사법부가 조사에 착수한다는데 법원 내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시민·사회 단체를 포함한 독립적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지금껏 촛불 관련 재판을 정치적 의도에 따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명박 정부가 권위주의 시절처럼 사법부도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집권자의 의지와 통치 스타일이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장 이용훈의 태도 등 석연치 않은 정황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호창 변호사는 이런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고 꼬집었다.

“신 대법관이 대법관 지명을 받으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그 배후에는 정치적인 뭔가 있어서 그러지 않았겠냐 하는 거죠. 그냥 혼자 설치고 다녀서 될 문제가 아닐 거 아니에요.”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 이용훈도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촛불 탄압과 맞닿아

양윤석 지부장은 이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촛불 탄압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26일 사법 60주년 기념식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대법원에 와서 ‘사법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국민의 법 감정에 맞춰 가지 말고 법대로 엄중하게 처벌하라는 취지로 보이죠. 촛불을 어떻게든 꺼뜨리려는 게 정부 방침이었으니까요. 신영철 원장이 10월에 이메일을 많이 보냈잖아요. 전기통신법 위헌 제청도 기각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거구요.”

한나라당은 법원노조가 신영철 대법관 임명에 반대할 때도 그를 감쌌다고 한다.

“신영철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법원노조가 신영철 대법관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인사청문회 위원들한테도 보냈어요. 그런데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실에서 문의가 왔어요. 갖고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좀 달라구요. 나중에 보니까 신영철 방어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거였더라구요.”

송호창 변호사는 부패한 사법부 고위 관료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판사들에게 외압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재판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게 과거에도 꽤 많았으니까 ‘관례’라고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대법원장과 각급 법원장, 법원행정처가 가진 막강한 권한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권을 갖고 있고, 법원행정처의 판사들이 사법 행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다른 판사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판사들에게 정치적 입김이 들어가는 통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