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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의 구제자금 ‘유용’ 파문: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는 해결책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 엄청난 돈을 투입해 국유화하고, 거대 은행인 씨티은행마저 국유화했다.

이런 와중에 AIG에 투입된 공적자금 중 5백억 달러가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같은 세계 유수 은행들의 파생금융상품 손실을 보전하는 데 지급된 것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미국 언론에 폭로되면서 금융 위기 해법으로 국유화가 적절한지 논쟁이 벌어졌다.

‘상품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는 “미국 경제 전체가 파산하는 것보다는 AIG를 파산시켜 2∼3년 고생하는 것이 낫다” 하고 주장했고, 대선 후보였던 공화당 상원의원 매케인은 “대형 은행들이 파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하고 오바마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매케인이 집권했더라도,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악몽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마당에 AIG를 시장에 맡겨 파산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AIG가 파산한다면 금융기관들의 연쇄 도산, 달러 가치 하락, 기업들의 자금 조달 압박 등으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정적으로는 경제 위기를 막을 최후의 보루로 간주되는 미국 정부의 무능력을 보여 줌으로써 세계경제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버냉키가 “AIG는 보험사를 가장한 헤지펀드나 마찬가지였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AIG의 부채가 다른 금융기관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로에서도 드러났듯이 ‘돈 먹는 하마’인 AIG는 다른 금융기관들에 공적자금을 수혈하는 비공식적 통로였다. 지금은 AIG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금융 전반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금융 시스템을 통째로 국유화하는 길로 미국 지배자들을 내몰 것이다.

한편, 무모한 돈놀이로 사실상 파산해 버린 거대 금융기관들의 손실을 막대한 세금으로 메워 주는 것에 대한 공분도 커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와 살 집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리는 판에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에만 열을 올리는 각국 정부에 대한 대중의 정당한 분노인 것이다.

금융기관들을 온전히 시장에 내맡겨 엄청난 혼란을 부르는 것도, 금융·기업 체제를 살리려 공공연히 혹은 은밀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지원해 헛되이 돈을 써 버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파산한 금융기관·기업을 정부가 인수하되, 부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일자리와 삶을 지키는 데 돈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진보진영의 대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