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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전 구속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편지

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지난 2월 27일 구속돼,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하고 한국군을 파병해 미국의 만행을 도왔지요. 게다가 이명박은 ‘자이툰 부대는 기름밭 위에 떠 있다’고 망발을 하는 등, 한국 지배자들은 파병으로 이익을 추구하기에 여념 없었습니다.

저는 이에 분노했고, 긴 고민 끝에 힘 있는 자와 가진 자를 위한 군대에 복무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저 같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불구속돼 재판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2월 27일 검찰이 별안간 구속영장을 신청해, 전 갑작스레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재판 전에 구속한 건 3년 만의 일입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의 90퍼센트가 한국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명박 정권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했지요. UN인권이사회에 약속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이처럼 가볍게 뒤집어 버리니, 저 같은 병역거부자를 이 정권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예상 밖의 구속이라 솔직히 충격이 컸습니다.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구치소로 들어갈 때 심정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구치소에 들어온 첫날 취침시간에 불이 꺼지지 않는 감방에 누우니, 참으로 시간이 더디 흐르더군요. 특히 철창살을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어머니를 마주할 때는 누군가 제 심장을 후벼 파는 듯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자기 나름의 소신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한 사람에게 양심의 자유는 3평 남짓한 감방에서만 허용되나 봅니다.

이명박 정부는 저를 감옥에 가뒀지만, 제 의지는 꺾지 못했습니다. 저는 언제까지나 소신을 지키며 살려고 애쓸 것입니다.

2009년 3월 19일
영등포구치소에서 김영익

추신) 재판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4월 1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원 306호입니다. (사건번호: 2009고단634)

원문

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지난 2월 27일 구속돼,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하고 한국군을 파병해 미국의 만행을 도왔지요. 게다가 이명박은 ‘자이툰 부대는 기름밭 위에 떠 있다’고 망발을 하는 등, 한국 지배자들은 파병으로 이익을 추구하기에 여념 없었습니다.

저는 이에 분노했고, 긴 고민 끝에 힘 있는 자와 가진 자를 위한 군대에 복무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입대예정일인 지난해 11월 4일 서울지방병무청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소견서를 제출해, 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저 같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불구속돼 재판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2월 27일 검찰이 별안간 구속영장을 신청해, 전 갑작스레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재판 전에 구속한 건 3년 만의 일입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의 90퍼센트가 한국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명박 정권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했지요. UN인권이사회에 약속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이처럼 가볍게 뒤집어 버리니, 저 같은 병역거부자를 이 정권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예상 밖의 구속이라 솔직히 충격이 컸습니다.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구치소로 들어갈 때 심정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구치소에 들어온 첫날 취침시간에 불이 꺼지지 않는 감방에 누우니, 참으로 시간이 더디 흐르더군요. 특히 철창살을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어머니를 마주할 때는 누군가 제 심장을 후벼 파는 듯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자기 나름의 소신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한 사람에게 양심의 자유는 3평 남짓한 감방에서만 허용되나 봅니다.

영등포구치소에 온 지 20일이 다 되니, 하루하루 수감 생활에 적응하게 됩니다. 이곳에 마냥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각기 다른 삶들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저를 감옥에 가뒀지만, 제 의지는 꺾지 못했습니다. 저는 언제까지나 소신을 지키며 살려고 애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걱정하고 도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에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9년 3년 19일
영등포구치소에서 김영익

추신)재판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4월 1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원 306호입니다. (사건번호: 2009고단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