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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성장률 하락, 대량 해고, 생활수준 추락 …:
G20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빛 좋은 개살구’만큼 G20 정상회담을 잘 묘사하는 말도 없다. 2008년 11월 전 세계 경제 위기를 해결하자고 이른바 G20이 결성되고 정상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미국 경제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고, 연평균 10퍼센트 이상 성장하며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의 양대축이던 중국 경제는 2008년 4분의 4분기에 6.8퍼센트 성장했다. 같은 기간, 유럽 경제의 기둥인 독일은 -8.4퍼센트, 일본은 무려 -12.7퍼센트나 하락했다. 한국과 타이완 같은 제조업 수출 국가들의 경우에는 -20퍼센트를 밑돌 지경이었다.

경제 위기 앞에서 기업들은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 등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에만 4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말했다. 이것은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경제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우왕좌왕했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G20 주최국인 영국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번에는 진짜로’ G20 정상회담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참가국들 사이의 뿌리 깊은 이견을 볼 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G20 국가들이 의무적으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펴자는 미국과 재정적자의 폭발적 증가와 국가 부도 사태를 두려워하는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 국제 무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쪽과 중국·일본·한국처럼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수출 주도형 국가 사이에도 갈등이 존재한다.

이명박은 G20 정상회담장에서 한-EU FTA를 공식타결해 자유무역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심산인 듯하다. 사실 지난번 11월 정상회담 때도 이명박은 ‘보호주의 모라토리엄’을 제안했다. 당시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G20을 보도할 때 이명박의 ‘이’자도 꺼내지 않았으나, 〈조선일보〉는 ‘G20 국제무대서 인정받은 이 대통령’이라는 황당한 보도를 하는 촌극도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자유무역 원칙이 합의문에 포함되더라도 실천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 11월 G20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 정책을 유지하자고 합의한 후에 오히려 보호주의가 더 강화됐다.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담에 참가한 스무 나라 중 열일곱 나라가 이후 보호주의 조처를 도입했다. 더구나, 최근 IMF가 경제 위기로 2009년에만 세계 무역이 10퍼센트 가까이 축소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마당에 FTA 등 자유무역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자는 주장은 너무나 황당하다.

G20 정상회담은 빛 좋은 개살구

물론, G20을 앞두고 주류 세력들 사이에서 그럴 듯한 제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컨대, IMF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을 제고하려면 금융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더 많은 국제적 정책 공조와, 내수를 늘리기 위한 지속적 정책이 필요하다.”

IMF는 역겹기 짝이 없는 기구지만, 이것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G20 정상들도 이 말이 맞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을 실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지하려는 현존 체제가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해 미친듯이 서로 경쟁하는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를 늘릴 방법은 간단하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장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 가구의 부채를 탕감하고 사회복지망을 늘려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팍팍 쓸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가의 이윤을 깎아 먹을 것이고, 이것을 실천한 국가나 기업은 국제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래서 경쟁자인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돈(한국 - 8백조 원, 일본 - 2천8백조 원)을 쓰지 않고 쌓아 놓은 채 일자리와 임금을 늘리기는커녕 경쟁적으로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수퍼 추경’을 포함해 각국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몇 달 동안의 반짝 효과밖에 없는 대증요법에 불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들이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릴 것이 뻔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돕고 공공서비스 축소를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11월처럼 이번에도 G20 정상들은 활짝 웃으며 공동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보통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 즉, 일자리, 빈곤,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노동자·서민이 양보를 요구하며 싸우는 것밖에 없다. 예컨대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대규모 파업을 벌이고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이명박과 비교될 정도로 오만하고 고집불통인 우익 대통령 사르코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G20 정상회담이 열릴 영국 런던에서는 3월 28일에 노동조합, NGO, 좌파 정당, 환경 운동가, 반전 활동가 들이 함께 결성한 ‘사람이 최우선이다!’(Put People First!)가 G20 정상회담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전쟁, 지구적 정의, 기후 변화, 빈곤 퇴치 등의 쟁점과 특히 경제 위기 해결책 같은 쟁점들을 놓고 G20과는 다른 대안을 내놓고 투쟁할 계획이다. 이런 기층 투쟁을 건설하고 확대할 때만이 G20 정상들이 하지 못하는 경제 위기 대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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