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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

노무현은 국익을 위해 한미 동맹이 필요하다며 한국군을 파병할 계획이다.

최근 ‘KBS 100인 토론’(주제: 한국군 파병과 한미관계)에서 파병 찬성측 토론자들은 파병 반대는 “감성적 판단”이라며, “이성적 판단”을 자처했다. 전쟁과 살육이 이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영국과 스페인을 제외한 대다수 정부가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는 게 실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마당에 노무현은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러시아·프랑스·독일 같은 열강도 부시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시라크 같은 우익조차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

파병하면 북한 핵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될 거라는 부시 약속을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부시가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난 뒤 손 봐주겠다고 벼르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 아닌가.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일방주의 위협은 한국군이 파병하고 안 하고로 뒤바뀔 문제가 아니다. ‘KBS 100인 토론’에서 강정구 교수가 말했듯이 미국의 대북한 위협의 핵심 원인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노리는 미국 자신이다. 근본 원인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한반도 위기가 완화되겠는가.

‘KBS 100인 토론’의 한 토론자가 말했듯이, 한국의 역대 정부가 미국의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도 한반도 위기는 반복됐다.

파병 지지파는 “미국이 있어야 평화가 온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정구 교수의 지적처럼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에는 8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 중 6번은 미국이 주도했다.” 미국의 한 우익 잡지에 발표된 국방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첫 날 “1백만 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데도 미국과의 동맹을 신주단지 모시듯 해야 하는가.

핵탄두

이라크 전쟁으로 열강 사이에 분열과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부시의 전쟁은 세계를 더한층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후에 미국은 전 세계에서 13개의 새로운 군사기지를 확보했다.

또한, 부시의 대북 압박 때문에 열강이 밀집해 있는 동아시아의 불안정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이 더 격해질 것이다. 이미 일본 자유당 당수 오자와 이치로는 일본이 “3∼4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공표한 터이다.

수입 석유의 75퍼센트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파병하면 안정되게 석유를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부시가 승리하면 한국 정부는 좋은 조건으로 원유를 구매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번 걸프 전쟁(1991년 1월∼2월)이 끝난 후에 한국 경제에 찾아온 것은 호황이 아니라 최초의 주요 불황이었다. 이 기간(1991년∼1992년)에 민주노조 운동은 처음으로 탄압 외에 경제적 요인 때문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은 국내 민중의 삶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1998년 이라크 폭격 당시 미국 국방부는 미국 내 노숙자들에게 수백만 장의 담요를 지원하는 일을 중단했다. 상원 군사위원회는 담요 지원 프로그램의 비용이 군비로 전용되도록 했다. 해외에서 자기 나라의 군대가 평범한 사람을 죽이고 있는 동안에 국내에서는 집 없는 사람들이 얼어 죽었다.

1991년 초 걸프전에서 미국이 승리를 거두자마자 한국의 우익은 총리 노재봉을 앞세워 탄압 수준을 크게 높였다. 이 “공안 정국” 때문에 그 해 5∼6월 “분신 정국”으로 알려진 노태우 정권 하 최대 시위와 항쟁이 일어났다.

파병하는 데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들이 추구하는 ‘국익’은 과연 누구의 국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