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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제국의 무덤”으로 진군하는 오바마

지난주 두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오바마의 주장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 줬다.

하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오바마는 이라크 수감자를 괴롭히는 미군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애초 약속을 번복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순전히 미국 군대의 안전을 염려해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위 군장성들의 압력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것은 오바마가 조지 부시 정부 시절에 테러 용의자들의 고문을 허용하는 메모를 작성했던 전직 관리들을 처벌하는 문제를 놓고 왔다 갔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오바마는 자신을 뽑아 준 사람들, 즉 9·11 이후 부시가 선언한 전 세계적 비상 사태를 끝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는 과거 부시를 도와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을 벌인 국가안보 기구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오바마는 고문 지시 메모를 공개하기 앞서 CIA 본부를 방문해 비밀 공작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자신이 그들을 얼마나 아끼고 필요로 하는지 강조한 것이다.

또 다른 사건은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작전을 펴려고 하는지 보여 주는 것이었다. 지난주 월요일[5월 11일]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이제 겨우 임명된 지 11개월 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비드 맥키어넌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게이츠는 맥키어넌의 경력이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게이츠는 이 해임이 전략의 변화와 연결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스탠리 맥크리스탈 중장이 맥키어넌을 대체할 것인데, 그는 부시 정부에서 도널드 럼스펠드가 국방장관일 때 많은 지원을 받았던 합동특수전 사령부에서 근무했다.

이 변화 뒤에는 틀림없이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이 있을 것이다. 그는 2007~2008년 이라크 ‘증파’를 기획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 ‘아프리카의 뿔’(에티오피아·지부티·소말리아 3개국을 포함하는 지역의 속칭)에서 중동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을 포괄하는 중부사령부 지휘관이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증파를 결정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숫자는 4만 5천 명으로, 올초보다 1만 3천 명이 늘었고, 올해 말에는 6만 8천 명에 이를 예정이다. 그러나 맥키어넌은 전형적인 군인이다. 그는 2003년 부시와 럼스펠드가 너무 적은 육군을 이용해 이라크를 침략했다고 비판한 장군 중 한 명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현재 적용중인 [페트레이어스의] 대안 전략의 뼈대를 이렇게 요약했다. “페트레이어스 전략의 기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저항집단들을 전투성 수준에 따라 수평으로 배치해 보자. 맨 왼쪽에는 ‘타협 불가능한’ 극렬분자들이 있다. 미국이 그들을 길들일 방법은 없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할수록 좀더 유연하고 ‘타협 가능한’ 집단에 가까워질 것이다.”

“페트레이어스는 이라크에서 왼쪽 집단을 오른쪽으로, 즉, 극렬분자들을 미군의 돈을 받는 부족 민병대로 변화시켰다. 그러지 않은 광신도들은 미군 특수부대의 ‘생포하거나 죽이는’ 작전의 표적이 됐고, 맥크리스탈이 이 작전을 지휘했다. 이것은 강경책과 회유책을 결합한 전략이다. 무력을 사용해 그 지역을 확보하고, 그 뒤 그 지역을 유지하기 위해 좀더 부드러운 대(對)게릴라전 수단들을 사용하고 경제를 재건한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페트레이어스의 계획은 오바마의 결정으로 추가 파병된 2만 1천 명을 이용해 올해 적을 강하게 치고 나서 탈레반 연합이 분열하는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미군이 남부의 탈레반 거점을 공격하면서 폭력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페트레이어스가 ‘카멜레온 게릴라’라고 부른 집단이 조금씩 분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른 많은 대게릴라 전략처럼 이 전략도 정치를 빼먹는다. 부시 정부 때 국방부에서 일한 셀레스트 딘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전투를 멈추고 타협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라크에 제한적이지만 안정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도 그럴까? 솔직히 의심스럽다. 그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고, 단지 급진 이슬람주의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과거 승리의 경험에서 비롯한 자신감이 있다. 이그나티우스가 지적하듯이 오바마는 지금 “그의 대통령직을 걸고 ‘제국의 무덤’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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