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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를 만나다:
“이건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전담’이죠”

사흘째 점거 파업 중인 쌍용차 공장 정문을 들어서면 맨 앞에 있는 천막이 가족대책위 천막이다. 가족대책위는 쌍용차노조 조합원 가족들이 가정의 생계와 미래를 파괴할 정리해고에 맞서 함께 싸우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가족대책위는 농성을 함께 할뿐 아니라, 평택 시민 홍보전, 법원 관계인집회 팻말시위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업 농성장과 집회 때마다 “아빠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고 써진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파업 이틀째 저녁 열린 전 조합원 파업 촛불 문화제에서 가족대책위 대표 이정아 씨를 만났다. 이날도 가족대책위는 엄마와 아이들이 단체로 편지 낭독과 노래 공연을 했다.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 ⓒ사진 임수현

가족대책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입니까.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얘기를 나누다가 현대차, 대우차 정리해고 투쟁 때 가족대책위 활동 경험을 영상으로 볼 기회가 있었어요. 저 사람들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들끼리 “우리라도 나서자. 어차피 우리 밥줄 아니냐”고 했죠.

그렇게 시작한 게 2주 전이에요. 현재 가입한 엄마들은 1백50명 정도 되구요. 한 쪽이라도 돈벌이를 해야 되니까. 많이는 못 나와요.

가족대책위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공장 안에서 하루 종일 농성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애들도 유치원이나 학교를 마치면 농성장 와서 하루 종일 있구요.

또 아이들 데리고 시내에 가서 시민들에게 왜 정리해고가 부당한지 알리는 시민 홍보전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평택 시내에 나갔는데, 아이들이 풍선하고 해고 반대 버튼을 나눠줬어요. 잘 받아 주시더라구요. 어느 분은 고생 많다며 애들 먹으라고 사탕봉지도 주고 가셨어요.

임금체불이 몇 개월 돼 당장 생활고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뭐 애들 학원비, 학습지 같은 것부터 먼저 끊었죠. 집마다 보험 하나 씩 해지하는 건 기본이구요. 진짜 억울함을 넘어서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여러 집이 농성장에 와있다 보니 애들이 친구가 생겨서 더 재밌어 해 (그나마) 다행이죠.

사측은 정리해고를 원칙대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법정관리인 이유일은 노조도 채무자라며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상하이자본에 매각될 때부터 이런 상황을 경고하고 반대해 왔는데, 아무도 듣지 않았어요. 헐값 매각하고, 기술 유출로 회사가 손실난 걸 이제 와서 노동자들에게 죽으라는 거에요.

회사 매각되고 1조가 넘는 현금이 사라졌는데, 그때 회계 담당 임원이 지금 법정관리인(박영태)이에요. 매각부터 회사 운명 결정한 사람 누구도 책임 안 져요. 우리는 이렇게 답답하고 힘든데….

정부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말든 짤리든 말든 신경도 안 써요. 그동안 임금도 양보했고, 많은 걸 참아왔어요. 말도 안 되죠. 임금을 못 받은 건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빚진 거예요. 이건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전담’이에요.

상황을 알리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힘 있는 데는 하소연 할 데가 없어요.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평택시장도 찾아갔는데, 자기는 특정한 입장을 대변할 수 없대요. 유권자인 시민들 수천 명이 생계 박탈될 상황인데…. 이곳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장선(민주당)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이라 찾아갔어요. 자동차가 지식경제위 소관이래요. 근데, 정부 입장이 너무 강해 자기도 어찌 해 볼 수 없다는 거에요.

22일 법원 관계인집회도 회원(가대위) 네 분이 갔어요. 피켓도 몸에 숨겨서 갔어요. 살려달라고 간 건데, 법정에선 쫓겨났대요. 그래도 안에선 우리 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고 하더라구요.(노조가 체불임금에 대한 공익채권자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했다.) 다음 주에 법정관리인을 찾아가기로 했어요. 왜 상하이자본의 책임은 안 묻고 우리에게만 책임지라는 건지 직접 따지려구요.

△공장 점거 파업 중인 쌍용차 노동자들(5월 23일) ⓒ사진 이미진

회사가 직장폐쇄나 경찰 침탈 얘기도 나오는데.

우스운 게 회사가 가대위를 보고 ‘외부 단체’래요. 만약에 직장폐쇄 되고 우리를 출입 못하게 하면, 싸울 거에요. 회사 정문 앞에라도 천막을 칠 거에요.

98년 현대차 땐 가족들도 36일 동안 공장에서 안 나가고 천막 생활 했다고 들었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엄두는 안나요. 그래도 해야 된다면 해야죠. 우리도 그렇게 해야죠. 그런 맘은 먹고 있어요.

싸움 끝날 때까지 우리도 싸울 거에요. 지치지 않고 계속 할 거에요.

마지막으로 쌍용차 점거 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분들에게 하실 말씀은?

고맙죠. 당사자가 되고 보니 연대가 이런 거라는 걸 알겠어요. 어제도 오늘도 전국에서 오셨던데 너무 감사해요. 고맙단 말밖엔 못하겠어요.

시민들이나 이웃들 만나면 숨겨진 진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강성노조가 문제라는데, 제가 보니까 정말 강경한 건 자본이에요. 회사는 양보가 없어요.

끝까지 해야 돼요. 연대하시는 분들이 끝까지 힘을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