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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동자 투쟁

4월 20일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 위협만으로도 1인 승무제 폐지와 부분적인 인원 충원 같은 요구를 성취했다.

하지만 파업에 들어갔다면 더 큰 양보를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집권 초기인 노무현 정부는 국가적 초점을 이룰 수 있는 철도 파업을 부담스러워했던 데다, 한국군 파병을 둘러싸고 집권 초창기에 지지 기반을 일부 잃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 노조의 파업은 전혀 불리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파업 의지도 컸다. 노조 지도부가 새벽 4시경 파업 유보 결정을 발표하자 상당수 조합원들은 이에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즉석에서 자유 발언대가 설치됐다. 한 조합원은 “정부가 사유화를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우리 요구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자.”고 주장했다. 토론은 2시간 가량 이어졌다. 노조 지도부가 직권조인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지방본부장들이 잠정합의안을 수용한 뒤에야 결국 농성은 해산됐다.

노조와 정부 간의 합의안에는 특히 철도 사유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노무현은 4월 22일 “철도 공사화는 오랫동안 토론을 거쳐 합의된 것으로 철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공사로 하자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정부 방침”이라고 얘기했다. 공사화 방안이 사실상 분할 사유화 방안과 다르지 않음은 익히 알려진 바다.

노동자들은 외주 용역화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주 용역화는 철도 분할 사유화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정부는 철도 구조 개혁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매우 완강하다.

인원 충원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노조 지도부가 해고자 복직 문제와 함께, 인력 충원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들고 나오자 정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조 지도부가 제시한 인력 충원 규모가 구조조정 이전 수준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 노조 지도부가 6월 철도 사유화 법안 처리를 앞두고 사유화 저지를 더 분명하게 제기했다면 틀림없이 파업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에 집착하는 현 시기 자본주의 체제와 노무현 정부의 본질을 드러내는 정치적 교육 효과를 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철도 노동자들은 단순한 파업 위협만으로도 정부의 양보를 얻어 낼 수 있음으로써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 각성은 다음 번 투쟁에 자산이 돼 줄 것이다.

이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