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주최로 ‘MB심판 민주회복을 위한 대학생행동연대(이하 행동연대)’ 발족 3개월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대련 간부 수련회 프로그램 중 일부였던 이 토론회에는 1백50여 명이 넘는 한대련 소속 학생회 간부들이 참가해 한대련 의장, 대학생 다함께,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회 등 발표자들의 주장을 경청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대련 이원기 의장은 행동연대를 통해 광범한 반이명박 정서를 대변하는 학생운동의 단결이 이뤄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행동연대에는 44개 대학 학생회와 27개 대학생 단체가 가입해 있는데, 이는 서울 지역의 여러 기층 단체들과 비서울지역 단체들을 포괄하는 것이다.

또 행동연대가 특정 쟁점이나 사안별로 모인 그 이전의 다른 연대체들과 달리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 한국 사회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과제를 제시하는 지속적 연대 기구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4백여 명이 참가한 7월 2차 범국민대회 사전집회, 9백여 명이 참가한 8월 14일 행동연대 문화제 등 그동안 해 온 활동들을 돌아보며 행동연대가 이제까지 잘해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대련 의장은 이런 성과를 잘 발전시켜 이명박 정부 동안 계속될 반민주·반민생 정책에 맞서 대학생들이 함께 잘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회 장경태 위원장은 각 단체들이 각자의 주장과 실천을 각기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상황이 가장 좋겠지만,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는 현실에서 단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원들이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회가 행동연대의 지향과 다른 점이 있는데 함께하는 것이 맞냐고 제기하지만, 자신은 차이가 있어도 수용하는 입장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답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거대 정당이 아니고 84석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민주당이 자신이 보기에도 아쉬운 점들이 있으므로 원외에서 대학생들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시민사회운동을 지원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안탄압에 맞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다함께의 입장을 대표해 발제한 나는 단결의 의의라는 측면에서 행동연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공감하면서, 나아가 행동연대가 진보적 학생들의 구심점으로 더 성장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떤 과제가 있는지에 대해 주장했다.

행동연대가 열의있게 참가한 미디어 악법 반대 투쟁의 경우, 국회에서 개악안이 날치기 통과되기 전까지 사실 운동 진영에서 유의미한 대중투쟁이 조직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노무현 49재가 끝나고 국회로 복귀한 뒤 사실상 한나라당과 별 다를 바 없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악법 반대 투쟁이 지지부진했는데, 운동 진영은 이런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의존적이었다. 운동 진영은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하더라도 민주당이 일관되게 싸우지 못할 때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독립적인 행동을 건설했어야 했다.

행동연대가 나서서 이런 과제를 선도적으로 제시했다면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행동연대 내 좌파인 대학생 다함께나 한대련은 행동연대가 이런 과제를 수행할 것을 제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행동연대가 단결을 유지하려면 논쟁을 삼가고 낮은 수준의 정치적 주장과 행동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예정된 일정에 참가만 할 뿐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이 점은 자기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할 일이다.

7월 19일 대학생행동연대 주최 집회 행동연대의 전진을 위해서는 단순한 합의주의를 넘어 운동의 과제를 둘러싼 논쟁이 필요하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쌍용차 쟁점에서도 행동연대는 비슷한 종류의 문제를 겪었다. 한대련 동지들은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회나 대학생 종교단체 등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압도돼, 쌍용차 투쟁 연대 활동을 행동연대의 과제로 삼는 것을 주저했다. 대학생 다함께도 이런 압력에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행동연대는 이명박의 반서민정책에 맞서 싸운다는 결정을 해 놓고도, 정작 쌍용차 투쟁이 가장 첨예해졌을 때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비됐다. 한대련과 대학생 다함께 등이 각자의 단체로서는 평택 공장 앞 집회에 참가했지만 말이다.

2008년 촛불항쟁을 이끌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처럼 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필요한 전술을 진취적으로 내놓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반기에 중요한 투쟁들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모두가 동의할 만한 낮은 수준의 합의를 추수하기보다 운동을 이끌기 위해 토론과 논쟁을 벌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결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발제 후에는 자유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부산에서 온 활동가들은 민주당 학생특별위원장에게 ‘민주당에 대한 광범한 불신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민주당이] 원외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이 어떤지’ 등을 질문했다.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장은 “사실 열린우리당이 과오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중운동에 대해서는 “대중적 기반이 없어 운동 건설에는 한계가 있고 법안 발의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자신들의 과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한편, 이명박 이후의 대안이 불분명해 박근혜 등이 집권할 수도 있는데 행동연대 차원에서 대안 마련을 위한 이념적 통일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제기도 있었다.

한대련 이원기 의장은 “연대체이므로 대안에 대한 이념적 통합은 불가능하고, 이명박 이후의 대안 역시 논의에 한계가 있다”며 “안 그래도 대안 때문에 분열하고 있는데 행동연대 차원에서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은가” 하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그는 “선거에서 특정 인물 지지 등은 어렵고 기준 정도는 제시할 수도 있겠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물론 민주당 학생조직과 다함께 같은 급진좌파 단체가 공존하고 있는 행동연대가 선거대안까지 통일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선거대안 문제가 통일되지 않아도 이명박의 반민주·반서민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럼에도 누가 이명박에 맞설 올바른 대안인가,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대안을 건설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행동연대 내에서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대안 문제는 진보진영 전체의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행동연대가 한나라당 반대라는 구호 속에 사실상 민주당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내포하는 방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토론은 활발했지만, 자유토론이 마무리될 때까지 행동연대의 과제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동아대 생명대 학생회장이 “반MB를 걸고 각 단체가 자신의 방법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행동연대를 강화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고 의견을 밝힌 정도였다.

그러나 행동연대는 단순히 각 단체들의 합이 아니므로, 각 단체들이 각자 열심히 하면 된다는 주장은 행동연대 차원의 과제를 대신할 수 없다.

행동연대가 이명박에 맞선 운동을 진취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토론과 논쟁이 필요할 듯하다. 대학생 다함께는 행동연대가 더 영향력 있고 유의미한 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좌파적 구심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