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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김대중 추모정국 목격담:
차분하지만 이명박에 대한 분노로 아른거렸던 1주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숨을 거둔 후 나는 곧바로 덕수궁 대한문으로 달려갔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저지른 신자유주의 정책과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일관되게 통일정책을 펼치지 못한 것 때문에 그를 추모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고 나서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세워진 것을 떠올리고 이번에도 시민들이 모일 것 같아서 가 봤다.

예상한 대로 대한문 앞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속속 모이고 있었다.

이렇게 속속 사람들이 모일 것을 예상해서인지 경찰들은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있던 지역을 둘러쌌다. 청소년이 준비한 ‘꽃다발’을 빼앗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은 대한문 바로 앞에서 신문을 들고 앉아 있는 시민들을 향해 다가가더니 “인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황당한 “선무방송(?)”을 하기도 했다.

나중에 시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분향소’를 세웠는데, 민주당 관계자들이 정부에서 세운 분향소가 있는 상황에서 시민분향소가 있는 것에 대해 “추모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 비난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추모기간 중에 일체의 과격행위가 없도록 하라”고 말한 것처럼 이명박에 맞서 싸우는 운동으로 발전시킬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영결식 당일 몇몇 시민들은 이명박과 전두환이 헌화를 할 때 야유하기도 했다. 여러 시민들은 참여연대 활동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고 있던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습니다.”, “나쁜 정부에 맞서는 데 힘을 주고자 시위에 참가하겠다”고 다짐게시판에 빈 공간을 가득 매울 정도로 스티커를 붙였다. 몇몇 시민들은 “홧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2MB 때문에요”, “독재 타도”라는 팻말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이제 영결식을 끝으로 ‘추모정국’은 정리된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대연합’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러나 민주당과 ‘사안별’ 혹은 ‘일시적’ 연대는 필요하지만 이명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독립적인 대중 운동과 진보세력이 성장해야 한다.

비록 김대중, 노무현의 죽음으로 기존 자유주의 정당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약간 올랐지만, 그들이 투쟁하는 것처럼 하다가 포기하는 것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세력이 이들을 참을성 있게 설득하고, 적극적으로 이명박 퇴진 운동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