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을 앞두고 고려대, 영남대, 부산대, 한국외대, 성공회대 등 전국 대학에서 해고 바람이 몰아쳤다. 4학기(2년) 이상 강의한 대학 강사들이 집단 해고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그 규모가 5천~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당국들은 2년 이상 강의한 시간 강사들이 정규직 채용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해고가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른 조처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 강사들은 애초에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정규직화조차 요구 할 수 없는 열악한 처지에 있었다. 비정규직법보호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주 15시간 이상 강의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은 주 3~6시간 강의를 배정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대량 해고 사태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을 결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과 동시에 대학 시간 강사들의 처지가 얼마나 열악한지도 드러냈다.

7만여 명에 이르는 시간 강사들은 이 나라 대학 강의 절반가량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며 전임 교수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정말 고달픈 신세다.

이들이 한 달에 버는 돈은 주 6시간을 강의한다고 해도 월 1백만 원(1시간 강의료 4만 원 기준)이 안된다. 그야말로 ‘중년 88만 원 세대’다.

이마저도 방학엔 강의가 없으니 못받는 셈이다.

기자가 인터뷰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려대 분회장 김영곤 씨는 “대학이 내게 주는 건 연봉 4백80만 원과 교수대출증뿐”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6개월에 한 번 씩 재계약 해야 하는 처지와 교수 사회에서 한 번 눈 밖에 나면 영영 전임 교수가 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이번 대량 해고에 맞서 투쟁에 나서는 시간 강사들이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들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시간 강사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 당국들은 시간 강사 처우를 개선할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사립대학이 쌓아 놓은 적립금만 6조 원을 넘어섰다. 평균 연봉이 1천만 원을 넘지 못하는 시간 강사에게 연봉 3천만 원 정도를 보장한다고 할 때 20만 명의 시간강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엄청난 액수다.”(《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 이후)

시간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젊은 강사들이 운동권 학생들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1970년대에 시간 강사에게서 박탈한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원지위의 부재가 시간 강사에 대한 ‘횡포’의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009년 9월 7일 고려대학교 강사 해고에 항의하는 1인 시위

그러나 교과부는 “시간 강사들에게 바로 교원지위를 인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 강사 대량 해고를 막고 나아가 처우를 개선하려면 대학 당국과 정부를 강제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시간 강사들이 처한 악조건 때문에 쉽게 투쟁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에게는 살인적 등록금을, 시간 강사들에게는 형편없는 ‘일용잡급직’을 강요하는 대학 당국과 정부에 맞서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와 연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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