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타리크 알리 인터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점령의 위기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탈은 병력 증원이 없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반자본주의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편집자 주디스 오어가 작가이자 방송인, 좌파 활동가 타리크 알리를 만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미국 제국주의 프로젝트의 전망을 물었다. 타리크 알리의 주요 저서 중 《근본주의의 충돌》(이토), 《1968》(삼인)과 이슬람 소설 3부작 《술탄 살라딘》(미래인)과 《석류나무 그늘 아래》(미래인) 등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당신은 ‘맑시즘2009’[영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대규모 사회주의 포럼]에서 “미국과 영국 정부가 보기에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연설하셨습니다. 그때 이후로 현재 상황은 더 나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일부 군 장성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수십 년은 아닐지라도 몇 년은 더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일부는 이미 이 전쟁은 이길 수 없게 됐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국은 이미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철군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것입니까? 전쟁의 목표가 거듭 바뀌듯이 오늘날 미국은 패배한 것처럼 비치지 않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걸까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은 곧 패배를 인정한 것입니다. 2001년에 많은 반전 활동가들이 경고했듯이 군사 점령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입니다. 이제는 단지 좌파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워싱턴과 런던의 정보부 고위 인사들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둘러싼 소동은 침략과 점령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것 외에 아무 구실도 하지 못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모두 선거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선거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망한 일 아닐까요? 민주주의의 중심지라는 북미와 서유럽에서도 민주주의가 앙상한 뼈대만 남은 마당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아프가니스탄 선거는 완전한 사기극입니다. 또 ‘형식적 민주주의’로 불려야 마땅한 이데올로기적 과정이기도 하고 그럴 듯한 가면을 쓴 권위주의적 지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미군이 점령한 이라크에서 이 과정을 확인한 바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보다 우스꽝스러운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대선 결과 당선자가 정당성을 얻을 것이란 주장은 카불에 사는 사람들 일부의 환상이거나 서방 기득권층과 그들의 손아귀에 있는 언론의 뻔한 조작일 뿐입니다.

대선 결과가 무엇이든 바뀌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하미드 카르자이의 아프가니스탄은 지저분한 마약 거래 국가입니다. 그의 동생 왈리 카르자이는 아프가니스탄 최고의 갑부인데, 그는 마약과 무기 거래, 형의 권력을 떠받쳐 준 나토군 덕택에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카르자이와 대적한 두 대선 후보는 한때 카르자이 정부에서 일한 자들입니다. 이들은 미국이 카르자이를 버리고 자신들을 대통령 자리에 앉혀 주길 바라는 바보들입니다. 카르자이는 이란 서부의 초보수적인 시아파 종교 근본주의자들과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카르자이는 이들의 환심을 사려고 부부 강간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새 정부에 5명을 입각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런 조처에 침묵했지요. 민주주의여, 영원하라!

현재 서방은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 등 여러 문제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기어코 이 정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혹시 서방이 카르자이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고 대체 인물을 찾고 있다는 정황이 있습니까?

지난해 서방은 그것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결과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만 부추길 것이라 생각해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새 인물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설사 카르자이가 다른 인물로 교체된다고 할지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에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항을 이끌고 있는 신(新) 탈레반과 수차례 비밀 협상을 벌였지만 지금껏 외국군이 아프가니스탄 땅에 있는 한 어떤 해결책도 있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주변 파키스탄 지역까지 전장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언론을 보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 지역 ‘탈레반’이 분쇄됐고 그 지역에서 피난 갔던 사람들이 파키스탄군의 호위를 받아 귀향하고 있다는 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군이 이번 군사 작전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고, 파키스탄 지역으로의 확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버락 오바마가 이란 테헤란에서 정부의 탄압으로 숨진 젊은 여성에 대해 애도를 표할 때, 미군 무인 폭격기는 파키스탄에서 60여 명을 살상했습니다. 이 중에는 여성과 아이 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비겁한 BBC도 이들을 ‘저항군’으로 부르긴 어려웠을 겁니다. 누구도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TV도 그들의 모습을 비추지 않지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이들은 이른바 ‘선한 목적’에 희생된 것입니다.

저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끔찍하게 반동적이고 야만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파를 참수하는 것이나 여성들을 구타하는 것 등을 보십시오. 이런 행동 때문에 대다수 파키스탄 사람들은 그들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상대로 군대가 나서 살육전을 펼치는 것은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합니다.

파키스탄군의 군사 작전을 지지하는 매파 자유주의자들은 얼마나 많은 파키스탄인들의 죽음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수백 명? 수천 명? 아니면 그보다 더?

파키스탄 탈레반은 정치적으로만 패배시킬 수 있습니다. 그들이 법을 어겼다면, 구속돼 재판을 받아야지 살해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파키스탄 정부는 빈민들의 교육과 보건, 주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후대 역사가들이 이라크 전쟁을 미국 제국주의의 후퇴로 기록할 것이라 보십니까?

이라크 전쟁은 미국에게 정치적으로, 또 이데올로기적으로 재앙이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라크 전쟁은 여지껏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계획은 미군을 주거형 군기지에 영구 주둔시키는 것입니다. 영국 제국은 이것을 하려다 실패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실패할 것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점령이 이라크인들에게 무엇을 남겼다고 보십니까?

점령 동안 이라크인 1백만 명이 죽고 5백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사회안전망은 해체됐습니다. 한때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여성들은 이제 다시 베일을 쓰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들은 쫓겨나거나 살해당했습니다. 남녀 연인이 함께 바그다드와 바스라 거리를 다니기 힘들게 됐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후세인 치하에서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라크가 하나의 국가로 존속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라크인들은 이라크가 사실상 세 개의 보호령, 즉 이라크 남부는 이란의 보호 아래, 중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보호 아래, 쿠르드 자치구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보호 아래 쪼개지는 것을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발칸에서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재앙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런 일이 이라크에서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오바마가 국내 문제에서 갈수록 위기를 겪는 것이 대외 정책에 대한 지지 여론을 이끌어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보십니까?

전혀 없다고 봅니다.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국내 정책을 폈지만 베트남 전쟁에 반대해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바마의 의료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극우파이거나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는 오히려 오바마를 지지하고 그가 더 많은 군대를 파병하길 바랍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무브온(MoveOn.org)과 그 동맹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반대 활동을 벌일 수 있습니다. 지극히 사소한 문제조차 끊임없이 [우익과] 타협하려는 오바마의 행동 ― 예컨대 흑인 교수에게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경찰관을 백악관에 초대해 그 교수와 화해하게 하는 등 ― 은 국내 정책에서든 대외 정책에서든 좋지 않은 조짐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 한 주류 방송국 기자는 저에게 “내 가장 큰 근심은 오바마가 미국판 토니 블레어가 되는 것”이라고 털어놓더군요. 이 기자는 [영국에서 토니 블레어가 집권한] 1997년에서 2000년 사이 영국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번역 조명훈 기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조너선 닐, 책갈피)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