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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중동부 유럽 MD 배치 철회 :
오바마는 미국 패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버락 오바마가 중부와 동부 유럽 미사일방어(MD) 배치를 중단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것을 이라크 재앙으로 미국이 얼마나 약화했는지 보여 주는 또 다른 신호로 볼 수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공화당 우파의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찌르던 2001년 12월, 조지 부시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을 비난하며 유럽에 MD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네오콘 로렌스 카플란은 이렇게 말했다. “MD의 목적은 미국을 방어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나토가 자국 국경까지 확대되는 것뿐 아니라 미사일요격미사일(AMM)이 폴란드와 체코에 배치되는 것도 거듭거듭 반대했던 것이다.

지난해 8월, 러시아는 이것이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친미 정치인 미하일 사카슈빌리가 당선한 뒤로 코카서스 지역에서 미국의 충견 노릇을 해 온 그루지야를 군사력으로 박살낸 것이다.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에 깜짝 놀란 부시와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 중부와 동부 유럽 정부들은 러시아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 행동에 나선 이는 없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나토 또는 EU가 러시아를 상대로 보복 조처를 취하지 않게 하려 애썼다.

그루지야를 박살내고도 아무런 보복도 당하지 않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제 오바마에게서 중부와 동부 유럽의 MD 배치 철회라는 중요한 양보를 얻어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때를 놓칠 새라 비난에 나섰다. 부시의 황당한 선택으로 UN대사를 지낸 존 볼튼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결정이 미국과 동유럽 국가들, 나토 내 상당수 국가들과의 관계에 재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부시 정부는 늘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비판받아 왔는데, 오바마의 이번 결정도 다를 바 없다. 진정한 승자는 러시아와 이란이다.”

미국의 포석

실제로 체코와 폴란드 정치인들은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들을 동정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이라크 파병에 동참할 때와 마찬가지로 MD를 지원하면서 이들은 자국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아마 그들은 앞으로 미국에만 의존하는 식의 대외 정책을 지양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오늘날 미국의 취약한 처지를 고려한 것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그는 기존 핵무기 강국들의 핵탄두 감축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목적은 이란 같은 국가들의 핵 개발 정당화 주장들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 협상이 성공하려면 러시아를 구슬려야 한다. 중부와 동부 유럽 MD 배치를 철회한 것은 이를 위한 포석이다. 이것은 미국의 이란 고립 작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현재의 MD 계획을 철회하는 데는 몇 가지 군사적 논점도 있다. 기술적으로 MD의 테스트 결과는 들쭉날쭉하다. 또 MD는 장거리 미사일 대비에 초점이 맞춰 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이 주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이른바 ‘이란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SM-3 해상배치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지중해 동부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러시아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보이는 행위 이면에는 이란을 군사적으로 포위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란을 포위하기 위해 지중해 동부에 배치될 미국의 이지스함이 SM-3를 발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MD] 2단계는 2015년 경부터 시작될 것인데,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SM-3를 동맹국 지상에 배치할 것이다. 이미 폴란드, 체코와 협상중이다.

“2018년에 시작될 3단계부터 우리는 더 크고 강력한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다. 이것은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 나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맞서 유럽과 미국을 보호해 줄 것이다.”

따라서 MD는 죽었다. 그러나 MD는 계속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무기 기술이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워낙 월등해서 선제 공격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바마의 행보들은 미국의 세계지배를 포기하기보다 그것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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