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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만한 시급마저 훔쳐간 은행들

하나은행 등은 종일근로(풀타임) 상시 업무에 노동자들을 시급제로 고용해 왔다. 더 적은 임금을 주며 더 쉽게 부려먹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급제라 하더라도 업무와 근무 시간이 종일근로(풀타임) 노동자와 똑같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고용으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노무사들은 지적한다.

또, 은행 경영자들은 시급제를 악용해 유급 휴일을 보장하지 않았다. 주5일 근무제인 은행에서는 주말과 법정공휴일이 모두 유급 휴일이다. 그러나 시급제 노동자들은 일요일만 유급 휴일 적용을 받는다.

이는 현행 주5일제의 법적 근거인 근로기준법이 토요일을 법정 공휴일로 규정하지 않고 그저 한 주에 40시간 노동한다는 식으로 규정한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시급제 노동자들은 설, 추석 같은 법정공휴일도 유급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시간당 8천 원을 받는 시급제 노동자들은 설, 추석 등 연휴가 낀 달에는 겨우 1백만 원 남짓한 급여만 받는다. 즐거워야 할 연휴가 이들에겐 고통인 것이다.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가 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열다섯 금융기관 중 특히 하나은행은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전 종업원에게 주말과 법정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인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왔다.

한마디로 시급제 계약직이라는 열악한 처지를 악용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개별 계약서에 일요일만 유급휴일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4백여 명의 시급제 노동자를 고용해 왔고 퇴직자를 포함하면 1천여 명이 수년간 유급 휴일을 보장받지 못해 임금 손실을 봐 왔다.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는 이들의 미지급 휴일 수당의 규모가 1인당 최소 4백만 원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은행들은 이런 비판이 제기되자 시급제 노동자들을 월급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임금 총액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는 임금 체계를 바꿔 잘못을 은폐하는 것일 뿐이다.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는 우선 하나은행을 상대로 이들 시급제 재직자와 퇴직자들 일부와 함께 미지급 휴일 급여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