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1999년에 위헌심판을 받고 폐지된 군 가산점제를 부활시키려 한다.

정부는 병역기피의 해결책으로 군 가산점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 정운찬의 병역기피 의혹에서 드러난 것처럼 “신성한 병역의 의무” 운운하는 권력자들이야말로 병역기피 주범이다. 대통령 이명박, 국무총리 정운찬,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 청와대 비서실장 정정길, 국가정보원장 원세훈 등 정부 요직을 맡고 있는 자들이 모두 군 면제자다. 청와대 비서실은 현역복무율이 가장 낮은(56퍼센트) 정부기관이다. 반면, 일반인의 현역 판정 비율은 89.4퍼센트다. 이런 ‘신의 아들’들이 사람들에게 군대 가라며 가산점 몇 점 던져 주는 것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인권의 사각지대인 군대에 끌려가 2년 동안 ‘썩는’ 한국의 평범한 남성들이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군 가산점제는 ‘잃어버린 2년’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군 가산점 혜택은 전체 군복무 남성 중 정부기관이나 공사 시험 응시자 등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될 뿐이다. 그래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퍼센트가 “군 가산점제가 실제 모든 현역 복무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고, 군 가산점제 도입보다 징집 절차의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대답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병역기피 의혹을 산 국무총리 정운찬 평범한 사람들이 군대에서 ‘썩는’동안 특권층은 더 많은 기회를 누린다.

반면, 이미 노동시장에서 체계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은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시험에서 군 가산점제 때문에 또다시 차별 받을 것이다.

정부는 군 가산점제 논란 뒤에 숨어 군대 내 인권 문제와 군인들의 열악한 조건 개선, 모든 군 복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은 방기하고 있다. 결국 군 가산점제는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속죄양 삼아 징병제에 대한 불만을 값싸고 편하게 돌려 막는 것일 뿐이다.

속죄양

한편, 군 가산점제의 대안으로 ‘징병 대상에 여성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일부 ‘마초’들의 주장이 아니라, 여성학자들이 내세우는 대안이다.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는 “현대 군대는 다양한 기술과 능력, 지식에 따라 직무가 분화됐는데도 굳이 체력을 기준으로 남성만 징집할 이유가 없”고, 남성 징병제는 “여성을 ‘국가에 의해 보호받는 존재’로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도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여성은 공공의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돼 양성평등의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군대에 가지 않으면 차별 받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군 복무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불만인 여성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징병제를 여성에게도 개방하라는 요구는 징병제 자체가 사라져야 할 제도라는 점은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양현아 교수는 징병제가 “직업훈련의 기회”이고, “군 복무가 희생이 아니라 봉사의 개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이 군대 가고 징병제가 부분적으로 개선되더라도, 다수 청년들에게 상명하복의 규율과 지배 이데올로기 수용을 강요함으로써 계급 차별적인 체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징병제의 억압적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군 가산점제도, 여성을 징병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도 모두 대안이 될 수 없다.

군복무를 제대로 보상하려면, 여성 등 군 미복무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군복무한 모든 남성들에게 충분한 물질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징병제를 폐지해야 한다. 징병제의 근거가 되는 북한위협론은 과장돼 있다. 남한은 세계 9위의 군사대국이고, 북한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2007년 미국 CIA 보고). 더 나아가 우리는 왜 청년실업 해결, 등록금 인하, 복지 확충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사력을 늘리는 데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왜 무의미한 전쟁 준비에 젊은이들이 동원돼야 하는지도 반문해야 한다. 군필자와 미필자, 여성과 남성이 서로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징병제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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