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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폐지 논란:
‘껍데기’만 바꿔 입시 경쟁을 강화하려는 책략

외고 폐지 논란을 촉발한 한나라당 의원 정두언이 10월 30일 ‘외고 폐지’ 법안(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법안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외고 폐지’ 법안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우선, 법안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및 시·도 교육감은 충실한 진로교육 및 특성화 고등학교 진학을 지원”하기 위해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한다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담고 있다. 1백 퍼센트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진로적성검사를 “외고가 지원 전형 요소로 요구하는 순간, 검사를 위한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하거나 검사 결과에 심각한 왜곡이 일어날 소지가” 큰 것이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서천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

지긋지긋한 경쟁만 강요하는 학교로 가는 길이 즐거울까?

또 법안대로 외고가 자율학교로 전환하면, “학교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자율형 사립고 역시 “사립학교의 운영에 자율성·책무성을 부여”받는다. 학교가 얼마든지 학생 선발 자율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특히 자율형 사립고는 또 다른 ‘귀족학교’가 될 것이란 점에서 외고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레프트21〉 17호 기사 ‘외고 폐지만이 아니라 고교평준화 정상화가 필요하다’를 보시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친 교육 정책을 잘 폭로해 온 진보신당이, 특성화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정두언 법안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데, 보수 언론은 사기에 가까운 이 법안마저도 ‘수월성 교육’을 해친다며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도 “수월성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자꾸 하면 자사고(자립형 사립고)도 없애자고 하는 것 아니냐”하고 ‘외고 폐지’ 논란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었다.

수월성

따라서 정부가 12월 초에 발표한다는 외고 ‘개선’ 방안은 ‘수월성 교육’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외고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외고 입시제도 몇 군데 고치는 정도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입시제도 ‘개혁’으로는 고입 경쟁, 사교육비 유발, 외고를 통한 부와 학력의 대물림 어느 것 하나 해결할 수 없다. 외고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명문대 보내는 입시 학원으로 존속하는 한 외고 입시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대학 입시제도를 수차례 바꿨지만 대학서열체제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대입 경쟁은 조금도 줄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기로 하자마자 10회 상담에 1백만∼7백만 원을 받는 상담 학원이 횡행하는 것을 보라.

외고들은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확대하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평범한 서민들 중 자녀들이 아무리 공부를 잘하더라도 한 해 6백만∼1천만 원에 이르는 학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전교조의 지적처럼 “외고의 문제는 이미 진통제나 해열제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고교평준화를 정상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중고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만들고 학생들을 지옥 같은 입시 경쟁으로 몰아넣는 대학서열을 해체해야 한다.